법무부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의 검사 사전임용안'을 둘러싸고 로스쿨생과 사법연수원생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부는 향후 신규 검사 50%를 로스쿨 재학 중 원장 추천을 받은 학생들 중 선발키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사실상 사전선발이다. 로스쿨생과 학교 측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인 반면 사법연수원생과 변호사단체들은 "공정성 ·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양한 인재 확보 가능"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법무부 안은 잠재력이 큰 로스쿨 학생들을 검찰에 받아들여 검찰조직이 혁신 ·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로스쿨 입장에서 법무부 안은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로스쿨생의 자질 논란에 대해 신 원장은 "검찰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어느 조직이든 활성화를 위해 능력 있고 가능성 큰 사람을 사전선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 경험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사법연수원생보다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법무부 안대로 검사 임용 후 1년간 일선 등에서 실무 교육을 시키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쿨 과정은 3년이지만 재학생들은 이미 4년간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또 재학 중 사전선발 대상자에 원장 추천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선발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예민한 문제라 원장이 자의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각 로스쿨별로 최종 임용대상자의 3배수 정도를 추천해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선발하는 것이지,원장이 추천한다고 바로 임용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검사 임용에서 시험 없이 재학 중 선발이 가능한 로스쿨생에 비해 사법연수원생이 불리하다는 문제는 "형평 차원에서 사법연수원생이나 변호사단체의 이의제기를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고 의견을 냈다.

◆"추천 과정 불투명"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청년변호사들을 대변한 나승철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에게는 아무런 시험 없이 검사가 될 기회를 주면서 오히려 2년간 부장검사 출신 교수로부터 검찰실무를 배운 사법연수원생들에게는 과목당 8시간씩이나 되는 가혹한 시험을 강요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나 변호사는 "면접은 면접관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로스쿨 원장에게 검사추천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시험 합격을 전제로 로스쿨 원장의 검사추천이 가능하다면,사법시험 합격을 전제로 법과대학 학장으로부터 검사추천을 받는 것 역시 허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변호사는 또 "로스쿨은 입학 전형과정의 불투명성으로 특권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외면한다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단체도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서울변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들은 조만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다른 국가의 판 · 검사 임용방식을 검토해 적절한 검사 임용안을 법무부에 요청하는 한편 제도의 적절성 여부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영희 서울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로스쿨 시행 4년 후로 예정된 평가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도 끝나지 않은 로스쿨 출신을 검사로 임용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