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님이 이발한 모습이 보기 좋아 저도 어제 염색했습니다. 보기에 괜찮습니까?"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58)이 28일 의식과 대화 기능을 완전 회복하고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고 한국으로 후송돼 두 차례 대수술을 받은 지 한 달여 만이다. 병원 측은 석 선장이 지난 25일부터 인공호흡기 도움 없이 스스로 숨을 잘 쉬고 있다고 전했다.

석 선장은 전날인 27일 회진온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의 이발한 모습을 보고 간호사에게 "나도 원래 머리를 염색했었으니 새로 좀 해 달라고 직접 부탁했다"며 웃었다. 까만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겨 몸 상태가 최악이었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말끔해진 모습이었다.

석 선장은 '총격 당시 상황을 기억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억한다"고 답했다. 면회온 아들에게는 "해적에게 빼앗긴 신용카드와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회사에 연락해 남은 짐을 확인해 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석 선장이 생사의 고비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이번 주말께 일반병실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됐던 폐기능은 완전히 회복됐다. 유 병원장은 "회진을 마치고 헤어질 때마다 석 선장은 외상을 입지 않은 오른팔로 해군식 거수경례를 한다"고 전했다.

주치의 이국종 교수는 석 선장의 쾌유 소식에 기쁨을 넘어 '경의'를 표했다. 이 교수는 "석 선장과 가족,삼호주얼리호 선원,삼호해운 관계자들과 계속 얘기한 것을 종합하면 석 선장은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의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버텨냈고 믿기 힘들 정도의 결단력과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 선장은 간혹 없었던 일을 얘기하거나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틀리게 기억하는 등 혼동 증상을 겪고 있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병원 측은 "중증 외상환자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계속 지켜봐야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석 선장은 구출작전 당시 벌어졌던 총격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해적들이 총부리를 목에 겨누고 죽이겠다고 위협해 '죽이려면 죽여라'고 말했다"면서 "이불을 뒤집어 쓴 상태에서 헌 종이에 '배를 고장내라'는 쪽지를 적어 선원들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이 오가는 동안 '여기서 눈 감으면 난 죽는다'고 생각해 (의식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버텼다"며 "청해 부대원을 확인한 뒤 피가 흐르는 왼팔을 보고 '헬기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오만 현지 병원으로 이송되고 나서 '아주 안 좋다,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석 선장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병원 수칙대로 식사해야죠"라고 말하면서도 "회가 가장 생각나요. 산낙지도 먹고 싶고…"라며 웃었다.

석 선장은 앞으로 팔,다리 골절 부위 3군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형외과 추가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원=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