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 정부 내 혼선…수요자ㆍ은행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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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안되면 한도 줄어 계약금만 날릴 수도
금융위ㆍ국토부 '딴소리'…靑, 조율 의지도 안보여
금융위ㆍ국토부 '딴소리'…靑, 조율 의지도 안보여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종료를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도 추가 연장 여부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해 시장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가 각기 다른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총리실은 정책 조율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요자 · 은행 '이러지도 저러지도…'
인천에서 시가 2억원짜리(2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일산의 30평형대 아파트를 보고 왔다. 아이들이 크면서 20평형대 아파트가 너무 좁아진 데다 전세금도 치솟자 이참에 집을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의 마음은 다급하다. 오는 31일로 DTI 규제 완화 조치가 끝나면 집을 살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다. 미리 봐둔 일산 아파트 가격은 3억원대.1억5000만원은 대출받아야 하는데,DTI를 적용하면 A씨의 소득으로는 많아야 1억원 정도만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가 DTI를 계속 유예해주면 다행이지만 최근엔 원상복귀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3월 말 전에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아직 이사철이 아니어서 물건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오는 15일 이후에 다시 찾아와 보라"고 한다. 그는 "정부가 빨리 방침을 정해주면 다른 자금계획을 세우든가 아니면 깨끗이 포기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같은 정부 내에서 그렇게 이견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은행 창구 직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A씨 같은 고객들에게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B시중은행 종로지점 관계자는 "지점 성격상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가 많은데 요즘에는 최악의 상황(DTI 원상복귀)을 가정해 꼭 집을 사고 싶으면 3월 안에 대출 계약을 마무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안에 대출 신청만 하면 되는지 묻는 고객이 많다"며 "하지만 대출 승인이 나고 한 달 안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 뒤 매매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계약금만 날리고 대출을 못 받을 위험이 있어 그렇다고 대답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억제냐, 거래 활성화냐
시장과 은행 창구에서 혼선이 일고 있는데도 정부는 DTI 규제 완화 종료를 한 달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795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만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DTI 추가 연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다만 DTI 원상복귀 조치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정부 내 우려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DTI 대출 심사 시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등 자산까지 반영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은 같은 소득의 무자산가보다 채무상환 능력이 대체로 양호하지만 지금의 DTI 기준으로는 차등화할 수 없다"며 "소득외 자산을 반영하면 DTI가 유지되더라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DTI 규제를 일부 풀어 부동산 거래에 숨통을 터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추가 연장 쪽에 기울어 있다. 기본적으로 침체된 주택시장 정상화와 극심한 전세난 문제를 '주택거래 활성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주택이 활발히 거래되거나 신규 분양에 수요자들이 몰리면 그만큼 전세 매물도 많이 나와 전세난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월 주택거래량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주택가격은 여전히 약세이고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시 떨어지고 있다"며 "일관된 방향이 나타나지 않아 3월 중순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들이 어정쩡한 태도로 시장의 반응만 떠보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총리실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계부처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고,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택 시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본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류시훈/장규호/유창재 기자 bada@hakyung.com
◆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 ratio.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5000만원, DTI가 40%이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소득을 적게 신고한 자영업자,자산이 많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수요자 · 은행 '이러지도 저러지도…'
인천에서 시가 2억원짜리(2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일산의 30평형대 아파트를 보고 왔다. 아이들이 크면서 20평형대 아파트가 너무 좁아진 데다 전세금도 치솟자 이참에 집을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의 마음은 다급하다. 오는 31일로 DTI 규제 완화 조치가 끝나면 집을 살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다. 미리 봐둔 일산 아파트 가격은 3억원대.1억5000만원은 대출받아야 하는데,DTI를 적용하면 A씨의 소득으로는 많아야 1억원 정도만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가 DTI를 계속 유예해주면 다행이지만 최근엔 원상복귀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3월 말 전에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아직 이사철이 아니어서 물건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오는 15일 이후에 다시 찾아와 보라"고 한다. 그는 "정부가 빨리 방침을 정해주면 다른 자금계획을 세우든가 아니면 깨끗이 포기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같은 정부 내에서 그렇게 이견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은행 창구 직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A씨 같은 고객들에게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B시중은행 종로지점 관계자는 "지점 성격상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가 많은데 요즘에는 최악의 상황(DTI 원상복귀)을 가정해 꼭 집을 사고 싶으면 3월 안에 대출 계약을 마무리하는 게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안에 대출 신청만 하면 되는지 묻는 고객이 많다"며 "하지만 대출 승인이 나고 한 달 안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 뒤 매매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계약금만 날리고 대출을 못 받을 위험이 있어 그렇다고 대답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억제냐, 거래 활성화냐
시장과 은행 창구에서 혼선이 일고 있는데도 정부는 DTI 규제 완화 종료를 한 달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795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만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DTI 추가 연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다만 DTI 원상복귀 조치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정부 내 우려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DTI 대출 심사 시 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등 자산까지 반영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은 같은 소득의 무자산가보다 채무상환 능력이 대체로 양호하지만 지금의 DTI 기준으로는 차등화할 수 없다"며 "소득외 자산을 반영하면 DTI가 유지되더라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DTI 규제를 일부 풀어 부동산 거래에 숨통을 터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추가 연장 쪽에 기울어 있다. 기본적으로 침체된 주택시장 정상화와 극심한 전세난 문제를 '주택거래 활성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주택이 활발히 거래되거나 신규 분양에 수요자들이 몰리면 그만큼 전세 매물도 많이 나와 전세난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월 주택거래량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주택가격은 여전히 약세이고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시 떨어지고 있다"며 "일관된 방향이 나타나지 않아 3월 중순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들이 어정쩡한 태도로 시장의 반응만 떠보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총리실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계부처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고,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택 시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본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류시훈/장규호/유창재 기자 bada@hakyung.com
◆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 ratio.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5000만원, DTI가 40%이면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소득을 적게 신고한 자영업자,자산이 많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