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이 수도 위성도시를 장악하고 ‘국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리비아에 더 이상의 혼란은 없다”고 강변하고, 이들과 싸우기 위해 친위 세력들에게 무기를 지급했다.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카다피의 퇴진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며 카다피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정부 세력, 위성도시 장악하고 결전 준비

반정부 세력이 27일(현지 시간)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위성도시 알자이야를 함락하고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세력을 압박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알자이야의 순교자 광장에서는 민주화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카다피 체제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24일부터 양측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던 알자이야에는 리비아 최대 정유시설과 친카다피 정부군 장교의 숙소가 몰려 있다. 한 시민은 이날 알아라비아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카다피의 보안군이 우리 도시에 진입한다면 전멸당할 것” 이라며 “우리는 자동화기와 대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친정부 세력은 지난 26일부터 트리폴리와 카다피의 고향인 중북부 도시 시르테 등에서 민간인들에게까지 총기를 지급하며 반정부 세력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민병대는 군복 차림의 카다피 친위부대와 함께 트럭을 타고 시내를 순찰하며 경계활동을 폈으며 이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요 지역을 장악한 반군 세력이 트리폴리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군 세력이 트리폴리에 진입하면 민간인에 대한 카다피 지지세력의 무차별 학살 행위는 줄어들지만 친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면전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카다피, “리비아에 더이상 혼란 없다”

카다피는 이날 세르비아의 핑크TV와 가진 10분간의 인터뷰에서 “리비아가 현재 어떤 혼란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당장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리비아는 완전히 평온하다.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또 카다피는 “테러분자에 의해 국민이 살해됐으며 그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알카에다”라며 민주화 봉기 이래 리비아에서 자행된 학살 책임을 알카에다에게 전가했다. 그는 이어 리비아 국민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강조한 뒤 “반대하는 세력은 포위해 소탕될 소규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카다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날 자신과 측근에 대해 여행제한과 자산동결 등 제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원천무효라고 비난했다.

카다피의 아들인 알 사디 카다피는 A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도 리비아를 떠날 수 없다” 며 “살아도 여기서(리비아)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세력, 국가위원회 구성

리비아의 반정부 지도자들은 27일 반군이 장악한 도시를 중심으로 과도적인 ‘국가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압델 하피즈 반정부 세력 고카 대변인은 이날 벵가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방된 모든 도시를 중심으로 국가위원회가 창설됐다” 며 “이 위원회는 과도기에 리비아를 대표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 기구의 구성과 권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26일 카다피의 퇴진 이후를 대비한 과도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잘릴 전 장관은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군 세력이 장악한 벵가지에서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석달 뒤 선거를 치를 계획” 이라며 “과도정부는 선거 때까지만 존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카다피 퇴진 위해 최선 다할것”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 리비아 사태와 관련, 카다피의 퇴진을 거듭 촉구하면서 “카다피 지도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반정부 시위대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만 우리는 리비아 국민들이 원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출신 용병들을 고용한 잔혹한 시위대 진압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금은 카다피 운명의 초기 단계이며 우리는 유혈사태가 없는 카다피 체제의 종식을 바란다” 며 “가능한 빨리 카다피가 물러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전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카다피는 지금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한데 이어 거듭해서 카다피 체제의 종식을 촉구하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AP통신은 풀이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