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복잡해지고 봇물처럼 쏟아지는 금융상품들 속에서 자신이 가입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융회사 직원의 제안에 따라 상품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 등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저축 목적이나 기간 자금 용도에 따라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단기 운용 상품

금융상품을 고를 때는 그 상품이 얼마나 좋은 상품인지 판단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어떤 목적의 자금인지,언제 필요한 자금인지 체크해야 한다.

기간을 정할 수 없는 자금이라면 하루만 맡겨도 연 2.4~3%의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MMDA는 증권사의 MMF나 종금사의 CMA보다 금리가 약간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자동이체 송금 등 거래의 편의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 CMA와 MMDA는 소액이라도 예치할 수 있지만 MMF는 일정 금액 이상만 가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초단기 상품보다 비교적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나 기간을 정할 수 없는 자금이라면 1개월 단위로 이자가 상승하는 계단식 금리 구조의 정기예금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KB국민UP정기예금'은 연 2.7~6%까지 금리가 올라가는 구조여서 단기 자금 운용 고객의 거래 편익을 높이고 비상시 대비해 분할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원할 때는 기업어음(CP)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채권의 등급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며 대부분 상품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3개월 이상 돈을 찾지 않을 계획이라면 양도성 예금증서(CD)나 환매조건부채권(RP)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CD는 실물을 구입할 수도 있고 통장식으로 거래할 수도 있다. 실물은 무기명 거래가 가능하다. 만기 전 중도 해약이 안 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CD는 만기가 같은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0.1~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RP는 채권을 일정 기간 후 정해진 가격에 다시 매매하는 계약을 맺고 장외에서 거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1만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수익률은 가입 시점에 따라 정해진다.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1년 이상 운용 상품

1년 이상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라면 주식 채권 간접투자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1년 동안 사용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여유자금이라면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ELS와 ELD는 개별 종목의 주가 또는 지수와 연동해 수익률을 결정하는 상품이다. ELS는 증권사,ELD는 은행에서 판매한다.

ELS와 ELD는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에서 주가지수 등락 구간별로 수익률에 차이가 나게 하는 상품까지 유형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ELS는 원금보장형,원금 부분보장형,원금 비보장형 등으로 나뉘고 ELD는 원금 보장이 되지만 수익률은 ELS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ELS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ELD에 투자할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초자산 만기 최대수익률 최대손실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금의 사용 시기가 불분명하다면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년 후 환불해줘야 하는 전세금을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면 전세 만기에 주식시장이 하락기에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원금 손실을 무릅쓰고 환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을 투자상품으로 운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부동산 구입 적기였던 2009년 초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했던 A씨는 자금을 주식형 펀드와 ELS에 예치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당시 막대한 손해 때문에 환매할 수 없었던 A씨는 아파트 매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10년 이상 장기 운용 상품

10년 이상 장기 운용이 가능하고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한다면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특히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인 경우 발생 이자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보험상품 가입 유형을 보면 원금은 만기에 수령하고 매월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활용하거나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일시 수령하기도 한다. 가입 시점 공시금리로 환급률이 확정되므로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상속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의 경우 특성상 중도 해지시에 해약환급금이 원금이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장기간 저축이 가능한 자금으로 가입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렇듯 금융상품은 자금지출 계획과 저축기간을 일치시키는 원칙을 지키고 장기저축 자금과 단기운용 자금을 구분하는 등 기간을 분산해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금리에 매료돼 무조건 장기 상품에 맡겼다가 급한 사정으로 만기 전에 해지하면 중도 해지 수수료를 내거나 약정금리보다 휠씬 낮은 중도해지 이율을 적용받는 등 이자 손실을 보게 마련이다. 만약 저축기간을 정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 일단 단기 상품에 가입한 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자금사정 금리동향 시장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저축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선희 국민은행 GOLD&WISE 강남PB센터 팀장 3142853@kbst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