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야구에 비유하자면 50~60대는 5~6회말쯤으로 볼 수 있다. 전반에 우세했던 팀이 승리를 굳히느냐,아니면 부진했던 팀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느냐,가장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생에서도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40년을 좌우한다. 초년에 고생을 했더라도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면 '고생 끝,행복 시작'이 될 수 있다. 반면 그동안 좋은 직장에서 고액 연봉을 받았더라도 이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되면 말년이 괴롭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연금상품에 가입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은퇴자의 '목표소득 대체율(은퇴 후 희망하는 생활비가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2%다. 하지만 실제 예상되는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은퇴소득 대체율'은 42%로 약 20%포인트의 부족분이 생긴다.

가령 은퇴 직전 연간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할 때 은퇴 후 희망 생활비는 3100만원인데 실제 은퇴 후 소득은 2100만원이다. 이에 따라 희망 대비 부족한 금액은 약 1000만원이 된다. 이 부족분 만큼은 사전에 연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은퇴소득의 50% 이상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은퇴자 스스로 55.7%를 책임지고 있다. 그만큼 연금의 중요성은 크다.

◆개인연금은 은퇴 후 지출 사이클 파악을

은퇴시기는 크게 은퇴 직후인 '활동기(go-go years)',과거를 회상하며 지내는 '회고기(reflective years)',병간호를 받아야 하는 '간병기(care years)'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활동기와 간병기에 가장 많은 지출이 집중된다.

연금상품은 크게 연금펀드와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연금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기대 연금가치를 높이는 상품이다. 연금보험은 투자형 연금인 변액연금과 전통적인 연금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종신토록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매월 적립식으로 연금에 가입한다면 연금펀드나 변액연금이 낫고 거액을 한꺼번에 가입한다면 전통적인 연금상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연금펀드와 연금보험을 분산 가입해 연금보험에서 나오는 현금은 종신형으로 수령하고 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퇴 초기나 말기에 별도의 연금펀드에서 나오는 수입을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게 좋다. 또 은퇴가 임박했다면 목돈을 거치식으로 가입해 그 다음 달부터 종신토록 이자나 원리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보험이 좋은 대안이다.


◆내 몸에 맞는 퇴직연금 가입

퇴직금을 퇴직 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근속 연수가 길고 연봉 상승률이 높은 회사에 재직 중이라면 DB형이 유리하다. 이직이 잦거나 퇴직금을 운용해 추가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DC형이 낫다. 또 이직이나 중간 정산을 주기적으로 하는 경우 개인퇴직계좌(IRA)를 별도로 가입해 퇴직금을 온전히 은퇴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 한 채로 주택연금 활용을

현실적으로 이미 은퇴한 50~60대는 은퇴 준비가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주택연금을 활용해볼 만하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받다가 부부 모두 사망 시에 집을 처분해 대출을 상환한다. 대출자격은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면서 시가 9억원 이하의 1세대 1주택을 1년 이상 거주 및 보유하고 있으면 신청 가능하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주택 노인복지주택 등 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이 담보가 되고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1.1%포인트가 더해진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60세에 3억원인 주택은 매월 71만원,5억원인 주택은 118만원가량,9억원인 주택은 213만원을 종신토록 지급받을 수 있다. 연금을 받다가 조기 상환시 처분해서 대출 정산 후 남는 금액은 상속인들에게 분배되고 부족한 부분은 별도로 상속인들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장기 고정금리 금융상품 챙겨봐야

장기적인 저금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먼저 금리가 5% 이상으로 상승하는 시점에 장기 고정금리 연금 등 금융상품을 챙겨 가입하자.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다만 지나치게 편중되지 말고 위험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가장 좋은 대안은 '목돈은 안전하게,적금은 공격적으로' 전략이다.

인구통계에서 미래를 예측해볼 필요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22만4000가구였던 나홀로 가구는 10년 만에 403만9000가구로 두 배로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23.3%를 차지한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대형빌딩이나 상가 아파트 위주의 편식에서 벗어나 오피스텔이나 소형아파트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자식문제,과도한 부동산에서 벗어나자

50~60대 자산관리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녀 관련 부담이다. 매년 늘어나기만 하는 학자금과 한 살림 떼어줘야 하는 결혼비용은 평생을 피땀 흘려 이룩한 재산의 상당부분을 축나게 한다. 은퇴 이전부터 자녀 관련 목적자금은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본인의 능력에 맞게 치르되 가급적 자녀 스스로 일정 부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은퇴를 위한 준비가 독립적인 재무과제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도한 부동산 비중도 축소해야 한다. 60대 자산가인 김모씨는 20년 전 지방에서 10억원에 구입한 시가 1000억원대 토지와 약 20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지론은 '땅만큼 정직하고 안전한 자산은 없다''자식들에게 미리 줘봐야 돈맛을 알게 되면 자식 망친다' 등이다. 본인이 살아 있는 한은 그 땅을 보유하고 있다가 사망하면 자식들이 나눠가지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만약 불의의 사고로 김씨가 사망하게 된다면 무려4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고 이를 위해 1000억원대 땅은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사망일로부터 6개월 내에 상속세를 신고 납부해야 하므로 땅을 급하게 매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양도세로 상당액을 납부하고 나면 땅값의 고작 10~20%만 유족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현재 김씨처럼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편중된 사례가 적지 않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현금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이런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후준비는 유언신탁 상품 활용을

사후 재산분배 등의 과정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거액 자산가들일수록 상속지분 분쟁으로 후손들의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많다.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자.유언장은 공증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확실하다. 형식요건을 갖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면 보안도 지켜지고 주기적인 보완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 하나은행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인 리빙트러스트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을 통하면 별도의 유언장 작성 없이도 상속 이후의 분쟁을 막을 수 있고 본인 사망 이후에도 재산 처분을 최대 20~30년간 통제할 수 있다. 보유 중인 부동산을 관리하거나 개발하기가 부담스러울 경우 부동산 신탁회사나 은행을 통해 부동산신탁에 가입하면 관리 처분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김영훈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PB부장 younghunkim@hana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