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억 저 편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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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두 남동생과 언니 한 명이 있다. 형제에 대한 모습을 연상해 보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현재보다는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유난히 먼저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돌쟁이였던 막내 동생은 빠져 있고 3살,5살,7살이었던 우리 형제를 쪼르르 한 의자에 앉혀 찍은 것이다. 서로 기대어 붙어 앉아있는 모습은 그 시절 우리의 관계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듯하다.
사진 속의 언니는 늘 착하고 선한 모습이었다. 앞이마에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은 하얀 얼굴을 더 강조해 주는 듯했고 빙그레 미소짓는 모습은 맏언니의 자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래턱을 약간 쳐들고 갸우뚱한 얼굴로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큰 남동생은 딸 둘 낳고 첫아들 낳았다고 과잉보호하던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있는 표정이었다. 어린시절 나의 꿈속에 드라큘라나 괴물에게 붙잡혀가는 인물로 등장하던 나의 큰 남동생 때문에 난 꿈속에서도 그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다해야 했고 안타까워 가슴 아프게 울다가 깨어나곤 했다.
필자는 곱슬거리던 머리를 뒤로 묶어 올리고 호기심에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바로 뛰어나갈 표정으로 가운데 앉아있는 모습이다. 긴 시간 동안 병석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를 간병인 없이 직접 보살피시던 어머니가 5년 만에 휴가 여행을 다녀 오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버지의 보호를 위해 막내 동생을 남겨두고 사진 속의 세 사람은 어머니와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무릎이 안 좋으시던 어머니가 많이 걷는 여행을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돌보시는 동안 본인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노쇠했다는 사실을 잊고 계셨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 앞에 약해져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 형제는 조용히 가슴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중국의 대단한 유물들을 볼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채 관람해야 했고 우린 휠체어를 밀며 어머니의 발이 돼드렸다.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불가사의한 상아조각 앞에 멈춰섰다. 그 유물은 황제를 위해 무려 3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의 구 안에 16개의 구가 층층이 따로 움직이는 상아 다층구다. 이 작품을 처음 시작했던 제1대의 창의력과 수공술에 감탄하면서도 만약 제2대의 대이음이 없었다면 시작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으며 선대의 뜻대로 완성해낸 제3대가 없었다면 이 보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상아 다층구를 만든 장인들만큼 대단한 목적 의식을 갖고 계시지는 않다. 단지 형제 간 우애를 잘 지켜 화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자손들에게 내려주고 싶은 보물이신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형제끼리 시간을 내어 며칠을 보내는 것이 여의치 않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 보라.기억 저 편에 감춰져 있던 어린시절의 사진이 당신에게도 보일지 모른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
사진 속의 언니는 늘 착하고 선한 모습이었다. 앞이마에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은 하얀 얼굴을 더 강조해 주는 듯했고 빙그레 미소짓는 모습은 맏언니의 자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래턱을 약간 쳐들고 갸우뚱한 얼굴로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큰 남동생은 딸 둘 낳고 첫아들 낳았다고 과잉보호하던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있는 표정이었다. 어린시절 나의 꿈속에 드라큘라나 괴물에게 붙잡혀가는 인물로 등장하던 나의 큰 남동생 때문에 난 꿈속에서도 그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다해야 했고 안타까워 가슴 아프게 울다가 깨어나곤 했다.
필자는 곱슬거리던 머리를 뒤로 묶어 올리고 호기심에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바로 뛰어나갈 표정으로 가운데 앉아있는 모습이다. 긴 시간 동안 병석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를 간병인 없이 직접 보살피시던 어머니가 5년 만에 휴가 여행을 다녀 오고 싶다고 제안했다. 아버지의 보호를 위해 막내 동생을 남겨두고 사진 속의 세 사람은 어머니와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무릎이 안 좋으시던 어머니가 많이 걷는 여행을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돌보시는 동안 본인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노쇠했다는 사실을 잊고 계셨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 앞에 약해져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우리 형제는 조용히 가슴으로 울고 있었을 것이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중국의 대단한 유물들을 볼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채 관람해야 했고 우린 휠체어를 밀며 어머니의 발이 돼드렸다.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불가사의한 상아조각 앞에 멈춰섰다. 그 유물은 황제를 위해 무려 3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의 구 안에 16개의 구가 층층이 따로 움직이는 상아 다층구다. 이 작품을 처음 시작했던 제1대의 창의력과 수공술에 감탄하면서도 만약 제2대의 대이음이 없었다면 시작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으며 선대의 뜻대로 완성해낸 제3대가 없었다면 이 보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상아 다층구를 만든 장인들만큼 대단한 목적 의식을 갖고 계시지는 않다. 단지 형제 간 우애를 잘 지켜 화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자손들에게 내려주고 싶은 보물이신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형제끼리 시간을 내어 며칠을 보내는 것이 여의치 않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 보라.기억 저 편에 감춰져 있던 어린시절의 사진이 당신에게도 보일지 모른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