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식품가격' 누른다고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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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역관세 제도 개선 시급
안전기준 사회적 합의 유도하길
안전기준 사회적 합의 유도하길
세계 전 지역에서 식품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월별 세계 식품가격지수(Food Price Index) 변화에 따르면 지난 7개월간 세계 식품가격지수는 계속적으로 증가해 2002~2004년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2.3배에 달하는 231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한 달간 상승률이 3.4%에 달해 식품가격지수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FAO 곡물경제 전문가 압돌레자 애바시안은 전 세계적인 식품가격 오름세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며 식량이 부족한 나라들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식품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강력한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세계적인 파고에 대비하고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너지는 둑을 삽으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다가오는 지금 우리는 식품의 가격정책을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좀 더 근원적으로 연구하고 대처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식량안보가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국내 곡물 수요의 70% 이상,전체 식량의 반 이상을 외국에 의존해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식량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성이 몸에 배야 한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국민이 되려면 음식 값을 마냥 싸게만 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 가격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식품안전의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식품이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중국 상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 가장 값싼 물건을 골라 사가면서 어찌 품질을 논하느냐는 것이다.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먹으려면 제값을 주고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품 값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비쌀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첫째, 우리가 먹는 가공식품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므로 국제 가격의 상승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한 이들 원료를 세계시장에서 획득하는 유통구조가 후진적이어서 비교적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둘째, 일부 시민단체들이 제시하는 식품안전에 대한 수준이 대단히 높아 무결점 완전식품을 요구하므로 생산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식품 공장 직원들은 반도체 공장처럼 우주복을 입고 일하고,외국에서 수입한 수억원짜리 X선 이물질 검사기,방사선 조사식품 검지기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몫이다.
식품가격을 낮추려면 먼저 이런 가격 상승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입식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해외유통구조 개선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입식품 완제품에 8%의 일률관세를 붙이면서 식품원료에는 30~40% 관세를 적용하는 역관세 제도도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
식품의 생산 유통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관리규정들이 결국 생산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그로 인해 블랙 컨슈머를 양산케 하는 이물질 신고제를 비롯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 표시제 등은 면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 요구수준과 비례해 지불해야 할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에만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추라고 주문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의 현실을 벗어난 무리한 식품가격 억제정책은 자칫 산업의 부실화와 식품안전,나아가 국민건강의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철호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고려대 명예교수 >
우리 정부가 식품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강력한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세계적인 파고에 대비하고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너지는 둑을 삽으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다가오는 지금 우리는 식품의 가격정책을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좀 더 근원적으로 연구하고 대처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식량안보가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다. 국내 곡물 수요의 70% 이상,전체 식량의 반 이상을 외국에 의존해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식량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성이 몸에 배야 한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국민이 되려면 음식 값을 마냥 싸게만 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 가격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식품안전의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식품이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중국 상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 가장 값싼 물건을 골라 사가면서 어찌 품질을 논하느냐는 것이다.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먹으려면 제값을 주고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품 값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비쌀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첫째, 우리가 먹는 가공식품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므로 국제 가격의 상승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한 이들 원료를 세계시장에서 획득하는 유통구조가 후진적이어서 비교적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둘째, 일부 시민단체들이 제시하는 식품안전에 대한 수준이 대단히 높아 무결점 완전식품을 요구하므로 생산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식품 공장 직원들은 반도체 공장처럼 우주복을 입고 일하고,외국에서 수입한 수억원짜리 X선 이물질 검사기,방사선 조사식품 검지기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몫이다.
식품가격을 낮추려면 먼저 이런 가격 상승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입식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해외유통구조 개선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입식품 완제품에 8%의 일률관세를 붙이면서 식품원료에는 30~40% 관세를 적용하는 역관세 제도도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
식품의 생산 유통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관리규정들이 결국 생산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그로 인해 블랙 컨슈머를 양산케 하는 이물질 신고제를 비롯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 표시제 등은 면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 요구수준과 비례해 지불해야 할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에만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추라고 주문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의 현실을 벗어난 무리한 식품가격 억제정책은 자칫 산업의 부실화와 식품안전,나아가 국민건강의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철호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