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현욱 유리운용 본부장, 출시 4달만에 주식형펀드 1위
출시 4개월여밖에 안된 펀드가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개 내외의 종목에 투자하는 압축펀드라는 점에서 이 펀드의 투자전략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설정된 '유리슈퍼뷰티' 펀드의 3개월 수익률(지난 23일 기준)은 11.44%로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국내 일반 주식형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최근 1개월 코스피 지수가 5.21% 떨어지는 동안에도 2.09% 수익을 달성하며 탄탄한 방어력을 보였다.

최근 자문형랩이 공모 주식형펀드 시장까지 무섭게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자문형랩 스타일'을 표방하는 압축펀드들을 내놨다. 80개 내외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편입 종목을 20개 내외로 최소화하고 시장 수익률보다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들이다.

유리슈퍼뷰티 펀드 역시 10~20개 핵심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며 출시됐다. 운용 기간이 길지 않은 이 펀드가 우수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작년 7월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으로 부임한 김현욱 본부장의 역할이 컸다.

그가 주식운용본부의 지휘를 맡은 이후 출시한 유리슈퍼뷰티 펀드가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꿰었을 뿐더러, 작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하위권에 맴돌았던 '유리스몰뷰티' 펀드 또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5위에 올라올 정도로 크게 개선되며 환골탈태하고 있다.

◆ 이머징 소비 성장이 핵심 스토리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KB자산운용에서 6년 동안 사모펀드를 운용해온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공모펀드에 비해 적은 30개 내외의 종목만을 가지고 펀드를 운용해온 경험 덕분에 압축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익숙하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가 한 펀드에 60개 종목을 들고 있다고 해도 펀드의 승패는 대개 5~10개 종목에서 납니다. 하지만 일반 주식형 펀드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군더더기 종목들을 편입하다보니 성과가 극대화되지 못하지요. 유리슈퍼뷰티 펀드는 자신 있는 종목에만 집중해서 투자했기 때문에 편입 종목의 성과가 수익률에 바로 반영됐습니다."

김 본부장은 "압축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펀드"라며 "어떤 주제, 시각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 동안의 사이클은 기업실적이 좌우하지만 3년 이상의 사이클에는 반드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핵심적인 스토리를 파악해야만 장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는 2005년 이후 3년간 유례없는 장기 상승장을 불러온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 국가의 부상에 따른 판도 변화라고 설명했다. 2005년 이전에는 정해진 경제 사이클 안에서 1년 사이 기업 실적이나 경기가 업다운을 반복했다면, 이후로는 이머징 국가의 대두로 훨씬 길고 강한 사이클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반등장을 이끈 스토리는 바로 '이머징 시장의 소비'"라며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승 사이클의 핵심은 이머징 시장의 소비와 그에 파생되는 주제들"이라고 강조했다.

펀드를 운용함에 있어서도 이런 상승장 스토리의 핵심에 밀착해서 운용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케이피케미칼호남석유화학 등의 화학섬유 관련주를 꼽았다. 중국의 소득수준 증가와 함께 의류의 소비도 크게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혜를 볼 만한 종목이라는 판단이다.

또 기술적 혁신과 관련된 스마트폰·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전기차 관련 기업들, 고유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거나 대응을 잘 하는 기업들도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MOLED 관련주로는 제일모직을, 고유가 관련주로는 SK이노베이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장 수익률에 만족하지 않는다"

물론 압축펀드로서의 리스크도 있다. 적은 종목에 투자하는 만큼 편입한 종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펀드가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만큼 자신있는 종목에만 투자하고 자신있는 종목이 없을 땐 편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50% 떨어졌는데, 펀드 수익률은 45% 빠졌다고 해서 당당해서는 안됩니다. 시장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기로 돌아섰다고 판단할 때에는 주식의 비중을 60%까지도 줄여 최대한 적극적으로 방어할 생각입니다."

그는 "최근 중동발 사태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추세적인 약세는 아니다"라며 "과거 두바이 사태 때도 시장이 20% 떨어졌지만 결국 잘 극복한 것처럼 지금은 추세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정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