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이 바뀌고 있다. 돼지고기는 닭고기와 수산물로,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은 오렌지로,식당 음식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체되는 양상이다. 구제역 확산과 농산물값 급등 여파로 주요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가자 상대적으로 값싼 대체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인 작년 12월 초부터 올 2월 말까지 롯데마트의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이에 반해 생선과 닭고기 매출은 같은 기간에 각각 11.4%와 4.5% 늘어났다.

이런 변화는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돼지가 328만여마리를 넘어서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평년의 2배 이상으로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매출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소비 감소폭이 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최근 성인 1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 구매행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는 돼지고기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는 가격 상승(응답자의 73%)이었다. 돼지고기 대신 구매한 식품으로는 생선이 31%로 가장 많았고,닭고기(30%)가 그 다음이었다.

감귤 자리엔 오렌지가 대신 놓이고 있다. 2월1~24일 이마트의 오렌지 매출은 6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0%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감귤 매출은 57억원으로 12% 감소했다.

이마트에서 2월 기준으로 오렌지 매출이 감귤을 제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홈플러스에서도 2월 오렌지 매출은 53% 증가한 데 반해 감귤은 8% 줄었다. 롯데마트에서도 오렌지는 82% 증가했고 감귤은 15%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 2월 오렌지 매출은 감귤의 30%에 그쳤으며 감귤 시즌이 끝나는 4월이 지나서야 오렌지 매출이 감귤을 앞질렀다"며 "하지만 올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오렌지 소비가 늘어난 것은 감귤 가격이 비싸진 반면 품질은 작년만 못한 탓이다. 해거리(전년에 풍작이면 이듬해엔 수확량이 감소하는 것) 현상으로 수확량이 20% 이상 줄어들면서 판매가격은 40%가량 올랐지만,여름철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는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규천 이마트 수입과일 바이어는 "오렌지 국제시세가 작년보다 20%가량 올랐으나 미국 대형 농산물유통업체들과 직거래해 고품질의 오렌지를 싼값에 들여와 팔고 있는 것도 오렌지 선호도를 높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식당 음식값이 뛰면서 편의점 도시락과 라면 등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직장인과 대학생도 크게 늘었다. 2월7~22일 전국 5100여개 GS25 매장의 도시락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4800여개 세븐일레븐 · 바이더웨이 매장에서는 컵라면과 봉지라면 매출이 각각 36.8%와 46.8% 늘어났다. 대학 캠퍼스에 입점한 27개 매장에선 컵라면 매출 증가율이 52%에 달했다.

송태형/김철수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