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가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다. '킹스 스피치'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각색상,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이 작품은 조지 6세 영국 왕이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가장 사랑받는 국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이야기.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킹스 스피치'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할리우드에서도 감독조합상 등을 받아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전망됐다. 조지 6세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콜린 퍼스는 "내 연기 경력이 클라이맥스에 오른 게 느껴진다"며 "복부 위쪽이 움찔거리는 게 춤추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은 '블랙 스완'에서 댄서의 어두운 욕망을 뛰어나게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에게 돌아갔다. 포트만은 "다른 배우에게 갔어야 할 상이 내게로 오다니 믿을 수 없다"며 "부모님과 동료,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가족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레옹'에서 주인공의 옆집 소녀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포트만은 이날 임신한 몸으로 오스카를 받았다. 아기 아빠는 '블랙스완'을 통해 만나 약혼한 안무가 벤저민 마이필드다.
'킹스 스피치'와 작품상을 놓고 경합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각색상과 편집상,음악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소셜 네트워크'는 전 세계 5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탄생 과정을 통해 돈과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조명했다.

꿈의 세계를 현란한 영상으로 보여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촬영 · 시각효과 · 음향효과 · 음향편집 등 4개 기술상을 휩쓸었다.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미술상과 분장상 등 2개상을 받았다. 데이비드 러셀 감독의 '파이터'에서 어머니와 아들로 출연한 멜리사 레오와 크리스천 베일은 남 · 녀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파이터'는 권투선수 미키(마크 월버그)가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와 함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 실화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으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픽사의 '토이 스토리3'는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올 아카데미상에선 큰 이변이 없었다. 주요 부문 수상작들은 일찌감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4관왕 2개,3관왕 1개,2관왕 3개 등 여러 작품이 상을 고루 나눠가진 것도 이번 축제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수상자들은 백인 일색이어서 할리우드가 보수주의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는 ABC가 2020년까지 독점하게 됐다. 미국 아카데미협회는 이날 시상식을 통해 ABC와 중계 계약을 당초 2014년에서 6년 연장키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상식은 1976년 이전에는 NBC와 ABC가 번갈아 중계하다가 1976년부터 35년간 ABC가 독점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ABC로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연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여서 장기계약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413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