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간 융합을 통해 자연과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 획기적인 성과를 내겠다. "

김병철 신임 고려대 총장(62 · 사진)의 취임 일성은 자연계열 육성이었다. 김 총장은 28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제18대 총장(임기 4년) 취임식을 갖고 "자연과학 분야에 고려대의 미래가 걸려 있다"며 "자연과학의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계 출신으로는 개교 이래 첫 총장이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식육가공학 석사학위를,독일 괴팅겐대에서 식육가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고려대 교수(식품공학부)로 재직해 왔으며 생명과학대학장,교무부총장 등을 지냈다. 작년 12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출됐다.

김 총장은 그동안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자연계 분야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약적인 발전상을 자연과학 분야에서 목격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생물학과 철학을 만나게 하고 심리학과 공학을 접목하는 등 학문 간 융합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자연계열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연구 패러다임의 지속적인 혁신'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연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자기주도적인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개방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행정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낡은 대학 행정 시스템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행정 조직의 전문화와 함께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자율 원칙이 존중되는 새로운 행정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장은 취임식이 끝난 뒤 곧바로 경기 남양주시 마석에 있는 인촌 김성수 선생(고려대 설립자)의 묘지를 찾았다. 그는 인촌의 손자이자 1999~2005년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지낸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김 총장은 "인촌의 교육구국(敎育救國)의 뜻을 이어받겠다"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속의 고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