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리비아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해군 및 공군 전력을 리비아 인근으로 옮겨 군사 개입할 태세를 갖췄다.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하며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군, 필요시 군사 개입할 듯

미국 국방부는 28일 미군 해·공군 전력을 리비아 인근으로 전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레이펀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방부의 전략 수립가들이 다양한 비상계획과 옵션을 마련 중”이라며 해군 함정과 공군 전력의 이동 사실을 전했다.
그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유연성과 옵션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미군을 이동하고 있다” 며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함정을 좀 더 리비아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 항공기들도 리비아 쪽으로 좀 더 가까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함정과 어느 정도의 공군 전력이 리비아 인근으로 이동 중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은 걸프만 주변에 엔터프라이즈호를 비롯한 2대의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있으며, 지중해에도 군사력을 주둔하고 있다.

◆클린턴, “비행금지구역 설정 검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8일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와 관련, “그 문제를 하나의 옵션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검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군 병력을 투입해 리비아의 통신을 교란하는 방안과 난민 탈출로 확보에 나서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참석한 클린턴 장관은 “미 행정부가 리비아를 탈출하는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며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는 리비아인을 돕고 있는 지원단체를 긴급 지원하기 위해 1000만달러를 추가로 준비해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또 300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아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데이비드 코헌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대행은 “이는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 동결된 가장 많은 자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동결 대상)리스트에 개인들을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해 추가 동결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리비아 정부는 이날 카다피 국가원수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한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 알리 아드잘리를 경질하고 이 사실을 미국에 통보해 왔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카다피, “나는 물러나지 않겠다”

카다피는 민주화 시위세력의 퇴진 압력에 대해 이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이 방송의 분쟁지역 전문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포와 만나 “국민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것” 이라며 “나는 대통령이나 왕이 아니기 때문에 사임할 이유가 없으며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는 시위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알카에다가 젊은이들을 부추겨 군사시설에서 무기를 탈취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또 미국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에 대항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과 동맹을 맺었으나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고 있는 동안 그들은 우리를 버렸다” 며 “아마도 그들(서방 국가들)은 리비아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카다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카다피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던 말들은 적절하지 않은 것들” 이라며 “미국은 국제 경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