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시봉 멤버들을 TV를 통해서 다시 보게 돼 아주 반가웠다. 그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와 추억의 노래를 들으니 당시의 대학생 시절로 되돌아 간 기분이었다. 갓 대학생이 된 내가 통기타를 배우고 '친구' 나 '아침이슬' 같은 노래를 부른 것은 그들 때문이었다.

4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 소위 '세시봉 신드롬'이 다시 불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50~60대의 '세시봉세대'와 이들의 자녀인 20~30대가 함께 세시봉의 노래와 추억을 나눈다는 것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때때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래가 세대차를 만들고 있음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노래는 가사가 길고 빨라서 어른이 따라하기 힘들고,아이들은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인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나 세시봉 식의 팝이 너무 느려서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세시봉 신드롬을 통해 세대간 감정의 연결이 이뤄졌다니 얼마나 기대되는 얘기인가.

세시봉 신드롬을 접하면서 말콤 글래드웰이 쓴 '티핑 포인트'가 생각났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메시지,제품,아이디어,행동들이 바이러스 번지듯이 퍼지는 것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티핑 포인트란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것과 같이 작은 변화가 한순간에 빠르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세시봉 신드롬이나 수년 전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 등이 좋은 예다.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스민 혁명도 티핑 포인트의 다른 사례다. 재스민 혁명의 불길은 튀니지라는 작은 나라에서 아주 조그맣게 시작됐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튀니지 시민들이 한 달여 동안 크고 작은 시위를 벌이던 차에 대학을 나온 한 20대 청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노점상을 하던 중 단속을 당하자 분신자살을 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기본 권리에 대한 욕구와 독재자에 대한 분노가 티핑 포인트가 된 것이다. 지금은 빠르게 여러 나라들로 전파되고 있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국까지 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감염된 나라마다 시민의 요구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독재 정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을 본다. 그러나 리비아 같은 독재 국가에서는 권력 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시민을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하는 등 극히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며,감염의 불길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또한 배고픔의 혁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더 심한 배고픔의 처지에 있는 북녘 땅에서도 같은 종류의 혁명이 가능할지 기대해 본다. 그러나 들리는 소식으로는 시민의 기본 권리를 위한 대책보다는 폭력으로 혁명의 불길 차단에 더 힘을 쏟는다고 하니 북녘동포를 향한 우리의 책임이 더 커짐을 느낀다.

안창호 < 美 렉산제약 회장 ahnch@rexah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