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공개석상 노출을 자제하면서 밤에는 북한 전역에 세워진 별장(초대소) 내부의 지하벙커 등을 옮겨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바람에 내부 동요와 민심 이탈 우려가 커 가는 상황에서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됨에 따라 거처를 수시로 옮겨 다닌다는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북한주재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은하수 관현악단 음악회를 관람한 뒤로 일체 공식활동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이 리비아 카다피 정권까지 위협하자,북한정권 유지를 위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한 고심에 찬 행보"라고 보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리비아 사태 이후 지하벙커로 숨어들어갔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 나돈다"면서 "공식활동에 나오지 않을 때는 통상 평양 인근 별장과 그 내부에 설치된 지하벙커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정보당국자는 평양시 중구역 남산동에 소재한 김 위원장의 실질 집무실은 지하벙커에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하벙커로 활용하는 별장은 평양 삼석구역 삼석별장과 봉화별장,함경북도 강동군 향목별장 등을 비롯해 황해도,평안도 등 20여곳에 달한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 관계자는 "올 들어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 밑에 탱크 중대가 상시 대기하면서 만약의 경우 쿠데타 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한반도 위기 상황 때마다 공개활동을 중단해왔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48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미국이 돈세탁 혐의로 마카오 은행에 예치했던 북한 외화를 동결시켰을 때에도 39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해 한 · 미 연합훈련 기간을 전후한 9일간 지하벙커에 은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은 2월 말 평양과 신의주를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당구장과 PC방의 영업을 전면 금지시켰다. 당구장 · PC방은 북한 주민들이 즐기는 곳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