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선박코팅 공법…주방용품 '新기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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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콜, 부식방지 기술 적용…네오플램, 의료기 처리 기법
신제품 내세워 1위 테팔 맹추격
신제품 내세워 1위 테팔 맹추격
2006년.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주방용품업계에 서로 약속이나 한듯 신예기업 두 곳이 출현했다. 해피콜(대표 이현삼)과 네오플램(대표 박창수)이다. 두 회사는 5년 만에 국내시장에서 공룡 기업인 프랑스 테팔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사세를 키웠다. 업계는 이현삼 대표와 박창수 대표를 해외세력이 주름잡던 주방용품 무림(武林)에 나타난 고수로 비유하고 있다. 두 고수의 스타일은 다르다. 이 대표가 노점부터 시작해 수십년간 관련 노하우를 몸으로 체득한 사파(邪派)형이라면,회계사 출신의 박 대표는 주방용품 업계를 전문으로 담당하며 지식을 쌓아오다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정파(正派)형이다. 그러나 이 둘에겐 '틀을 깬 사고로 신제품을 만든다'는 공통된 무공(武功)이 있었다.
냄비는 주로 거푸집에 녹인 알루미늄을 붓는 주물 방식으로 만든다.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반면 판재를 눌러 만드는 방식에 비해 알루미늄의 순도가 떨어지고 공기방울이 많이 생겨 부식이 잘된다는 약점도 있다. 특히 맵고 짠 찌개를 많이 끓이는 한국요리의 조리 방식 특성상 부식이 빨리 진행된다. 해결방법을 고민하던 이 대표의 머리 속에 한 가지 화두가 떠올랐다. "배는 소금물인 바다를 지나도 녹슬지 않고 비행기는 구름 사이를 오고가도 부식되지 않지 않는가. " 수소문 끝에 알아낸 비결은 바로 '아르마이드 공법'이었다. 이 대표는 바로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를 찾아갔지만 "냄비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퇴짜를 맞았다. 그는 "그렇다면 직접 하겠다"며 공장을 새로 지었다. 지난해 비행기와 똑같은 여덟 가지 물질로 코팅한 '아르마이드 냄비'를 내놨고 홈쇼핑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도마는 무 당근 생선 고기 등 온갖 식재료를 자르는 판이다. 도마에 칼집이 나면 그 틈으로 음식물이 스며들고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세균의 온상이 돼 버리고 만다. 박 대표는 2006년 의료기기나 유아용 의류,욕실용품 등은 어떻게 항균처리를 하는지 알아보다가 미국의 세계적 항균회사인 마이크로밴을 찾아냈다.
그는 당시 전 재산인 50만달러를 갖고 마이크로밴을 찾아간다. 그리고 "매년 로열티를 낼테니 다른 도마 제조업체에는 이 기술을 주지 말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만든 세계 유일의 마이크로밴 항균물질 적용 제품으로 네오플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마를 파는 회사가 됐다.
두 회사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해피콜이 연매출 1200억원 고지를 점령했다. 네오플램은 930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는 양사 모두 1600억원 정도의 매출 목표를 내놨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주방용품 무림의 맹주자리를 차지하던 프랑스의 테팔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테팔은 정확한 매출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 회사의 주력 매출처인 대형마트 쪽 공급액이 6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유통망 쪽 매출을 합쳐도 이제 해피콜,네오플램의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