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는 지난해 중반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았지만 9%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외국 투자자들은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도매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8% 급등하는 등 인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증가율은 1.6%로 둔화됐고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간 해외자금은 20억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인도 정부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대규모 재정 · 통화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재정적 측면에서 당국은 2008년 10월부터 간접세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재정 부양책으로 쏟아 부은 금액은 400억달러에 달한다. 통화적 측면에서 인도중앙은행(RBI)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6차례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3월이 지나서야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 속도는 더뎠다. 기업의 대출금리는 지난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이런 정책들은 금융위기 이후 인도 경제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 이는 인플레의 전형적인 사례다. 너무 많은 돈과 너무 적은 재화에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계속된 부양책,정부에 의한 인위적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와중에 1991년 개혁개방 이후 인도 경제를 지탱해 온 기업 투자도 힘을 잃었다. 정부 지출과 세금 인하,유동성 공급 어느 것도 투자를 되살리지 못했다.

인도 경제에 대한 신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우선 2009년에 더블딥(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이 올 수 있다는 데 겁을 먹었다. 이 같은 우려가 사라진 후에는 정책적 불확실성,대규모 부패스캔들 등 문제가 불거졌다. 게다가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자 정책자들이 경제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 같은 우려들을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이며,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인플레 기대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인도 경제의 단기 성장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작은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재정긴축도 병행돼야 한다. 인도의 2009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8%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정부지출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GDP대비 15.5%에 달하는 정부지출은 조정이 필요하다. 세금 징수를 합리화할 필요도 있다. 상품 및 서비스 단일세 시행으로 세수 기반을 넓히고 세금 인하도 전면 철회해야 한다. 이 밖에 농업개혁으로 식품값을 잡고,월마트 등 유통업체의 직접투자를 허용하며,토지보유법 개정을 통해 농지시장 투명도도 높여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할 기회와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아지즈 <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

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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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나치게 활성화 된 인도경제(Overstimulated India)'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