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전세난,동남권신공항,과학비즈니스벨트,개헌 문제에 이어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이슬람채권(수쿠크),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여부,군의 대북전단 살포 논란 등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청와대는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관련 부처에 알아봐라"거나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선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국정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목소리 내지 않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대북 전단 살포에 군 당국이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 "군이 대북 심리전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송영선(미래희망연대)의원실에서 나온 얘기 아닌가. 해당 부처에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군 당국이 전단 살포를 한다,안 한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동남권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등 대형 국책개발사업은 일찌감치 총리실로 넘겼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수쿠크 발행과 관련,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했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다. 국정원의 특사단 숙소 침입은 국가망신이라는 비판과 함께 원세훈 원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청와대는 반응이 없다.

DTI규제 완화 연장을 놓고 관련 부처 내 혼선이 빚어지고 있으나 조정력은 보이지 않는다. 물가 전세난을 챙겨야 하는 경제수석은 지난 연말 최중경 당시 수석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된 후 지난달 1일 김대기 현 수석이 내정될 때까지 한 달간 사실상 공석이었다.

◆국정 관리냐,컨트롤 타워 실종이냐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까지 4대강,세종시 수정안 등 쟁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을 때 즉각 방어에 나섰던 것과는 판이하다. 집권 4년차를 맞아 현안을 주도하기보다는 국정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집권 3년차까진 견인 또는 진두지휘하는 리더십이 통했으나 집권 후반기엔 '컨센서스'리더십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총리와 부처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국정 운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 이슈에 휘말리다 보면 모든 공격의 화살이 청와대로 날아온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일각선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면서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모든 측면에서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시급히 조정해야 할 사안은 부처에만 맡겨놓지 말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