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복 시장에서 주요 브랜드들이 치열한 가두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30~35%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와 수입 브랜드,아웃도어,캐주얼 브랜드에 밀려 입지가 줄어든 백화점 매장 대신 고객 접근성이 뛰어난 가두점이 남성복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남성복 가두점들이 서민용 의류매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백화점 브랜드 못지 않은 디자인과 매장 인테리어로 젊은 남성고객을 끌어들이며 지난해 매출이 한 해 전보다 30~60%씩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백화점 남성복 매출 신장률(10~20%)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두점에 눈돌리는 대기업 3사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등 대기업 남성복 3사가 공격적인 가두점 영업에 나섰다. 제일모직은 백화점 남성복인 '로가디스'를 지난해 8월 백화점(로가디스 컬렉션) 및 가두점(로가디스 스트리트) 라인으로 이원화해 가두점 영업을 시작했다. 6개월여 만에 42개 가두매장을 확보했으며,지난 1월 한 달 매출 1억원을 웃돈 매장이 20곳을 넘는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월 매출 1억원' 이상이면 '대박' 매장으로 구분하는데,로가디스가 단숨에 20여개 스타매장을 만든 것이다. 이에 힘입어 제일모직은 로가디스 스트리트 매장을 연내 70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LG패션의 타운젠트도 지난 1월 한 달간 7개 매장을 열 정도로 가두매장 확대에 적극적이다. 현재 130개인 매장을 연내 200개까지 늘려 연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또 '성공한 남자'를 컨셉트로 박찬호 선수를 모델로 영입했다.

코오롱의 지오투도 올해 20여개의 신규 가두점을 연다. 이 가운데 7개 매장은 메가숍(대형매장)으로 꾸며 남성정장부터 캐주얼,액세서리 라인을 두루 갖추고 백화점 못지 않은 원스톱 쇼핑공간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양희 코오롱 지오투 총괄 부장은 "지난해 11월 인천 신포점을 메가숍 1호 매장으로 선보였다"며 "가두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남성고객들에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대형 메가숍을 잇따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성에 나선 중견 가두점

기존에 '가두점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인디안 파크랜드 등 중견 브랜드들은 상권별 특화매장과 브랜드이미지(BI) 통합,제품 리뉴얼로 대기업 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330개 가두점을 보유한 세정의 인디안은 지난해 3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연간 10억원을 넘는 가두점이 70% 이상이다. 인디안은 매장별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올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매장 수가 적은 서울 · 수도권 지역에는 안테나숍 등을 개설해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상권별로 인디안(남성캐주얼) 인디안옴므(남성정장) 등으로 세분화해 틈새 상권을 파고들기로 했다.

300개 매장을 보유한 파크랜드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올초부터 BI 리뉴얼 작업을 벌이고 있다. 4개팀인 영업조직을 8개로 세분화해 전문인력을 보강하고,핵심 상권 장악력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여성복 가두점 강자인 신원도 남성복(지이크파렌하이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브랜드 론칭 3년 만인 지난해 전년 대비 45% 늘어난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올해 40여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매출을 35%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원 관계자는 "가격과 물량 공세로 매출을 올리는 기존 가두점 남성복에 패스트패션 여성복의 장점인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