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을 기준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규모를 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환원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8월29일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DTI 규제를 서울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를 제외하곤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 완화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금융위원회는 가계 빚이 더 늘지 않도록 DTI 규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부처마다 딴소리를 냄으로써 금융회사는 물론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자들로선 DTI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수천만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주택 수요자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뇌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가계신용(가계대출과 외상구매)은 무려 61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4분기에 집중적으로 늘어 DTI 규제 폐지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DTI 완화를 무작정 연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DTI를 다시 규제함으로써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주택 거래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이 또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처럼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극심한 전세난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을 대안이 필요하다.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상환능력 등을 감안한 DTI의 탄력 운용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단순하게 소득을 기준으로 DTI를 경직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부동산이나 예금, 유가증권같은 자산도 대출한도를 결정할 때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없거나 적더라도 자산을 기준으로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는 DTI 적용 문제로 더 이상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조속히 방향을 정해야 한다. 폐지 시한인 이달 말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