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는 가뭄에 콩 나듯 발주되고,주택경기 침체로 아파트 건축도 부진한 상황에서 2000억원대 공사는 대단한 매력이죠." 한 대형건설사 건축본부 임원은 "올해 건설업계 최대 화두는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의 신사옥 공사를 어떻게 따내느냐"라며 이처럼 말했다.

혁신도시로 옮겨가는 공공기관들의 신사옥 공사가 올해 잇따라 발주된다. 이번 달 우정사업정보센터를 시작으로 20여개 공공기관 · 공기업들이 3조원대 규모의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토목부문 공공공사 발주가 바닥 수준이어서 신사옥 수주전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수천억원대 사옥공사 줄줄이 대기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기업이나 정부 출연기관 가운데 20곳가량이 올해 지방으로 옮기는 신사옥의 실시 설계를 마치고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발주될 신사옥 공사 가운데 최대 관심사로는 한국전력공사가 꼽힌다. 지방(전남 나주)으로 이전하는 최대 공기업인 데다 사옥 공사비만 2500억~3000억원에 이르는 까닭이다. 당초 이달 발주 예정이었으나 호화사옥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일정이 6,7월께로 늦춰졌다.

경북 김천으로 옮겨갈 한국도로공사도 신사옥 공사비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상반기 발주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도 1874억원짜리 신사옥을 시공할 건설사를 8월쯤 물색한다.

올해 신사옥 시공사 선정은 우정사업정보센터가 테이프를 끊는다. 오는 9일 입찰을 통해 건설사를 결정하고 4월쯤 착공할 계획이다. 이어 국세청고객만족센터 등 국세청 관련기관 3곳(900억원)과 한국전력거래소 · 한전KDN · 한전KPS 등 3곳(669억원),한국가스안전공사(400억원) 등이 5~8월까지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기술(2273억원),경찰대(1736억원),한국석유공사(1490억원) 등 10여곳도 하반기에 입찰공고를 낸다.


◆공공공사 가뭄 속 수주경쟁 치열

올해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고돼 건설사들의 공공기관 지방 신사옥 신축공사 수주전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올해 도로 · 교량 등 토목공사 발주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수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혁신도시 신청사 공사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모두 나설 태세여서 입찰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상준 현대건설 국내영업본부장은 "공기업 신사옥은 공사금액도 크지만 준공 후 대외 홍보효과도 커 수주전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며 "다만 대부분의 공사가 최저가 입찰방식이어서 건설사들의 기술 · 제안능력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공사 기술제안 방식의 발주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2곳 정도만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업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공사비 500억원 이하 입찰에만 참여할 것"이라며 "사옥추진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수주전략을 치밀하게 짜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 157곳 가운데 124곳은 혁신도시,17곳은 세종시,16곳은 기타 지역으로 이전한다. 혁신도시 이전 대상기관 가운데 74곳은 현재 이전 용지를 사들였고 15곳은 신사옥 공사에 들어갔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