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증시 가운데 최상위권 상승률을 자랑했던 한국 증시가 올 들어 '열등생'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아시아 16개국 중 베트남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증시는 물론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이 일제히 반등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증시는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리비아사태와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구조,북한 리스크 등으로 인해 외국인이 매도 압력을 높이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기업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고 지수가 저평가 국면으로 접어들어 시장은 바닥을 다지며 반등을 노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2월 증시 한국만 '왕따'

지난달 207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한 달 새 60일 이동평균선(수급선)과 120일선(경기선)을 연거푸 내주며 28일 1939.30까지 급락했다. 2월 하락률은 6.30%로 아시아 16개국 가운데 베트남(-9.64%)을 빼면 가장 낙폭이 컸다. 반면 일본은 3.77% 올랐고 스리랑카(8.68%) 태국(2.74%) 인도네시아(1.79%) 등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2.81%) 독일(2.75%) 프랑스(2.62%) 영국(2.24%) 등 선진국 증시도 모두 2%대 상승하며 2월 증시를 무난히 넘겼다. 브릭스(BRICs) 국가 중에선 인도(-2.76%)만 하락했을 뿐,러시아(5.33%) 중국(4.10%) 브라질(1.21%) 등이 나란히 상승했다.

2월 성적표가 부진한 탓에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대비 5.45% 하락했다. 올 들어 오름세를 탄 러시아(11.28%) 프랑스(8.03%) 미국(5.60%) 일본(3.86%) 중국(3.45%) 등 주요국 증시와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유가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다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쳐 2월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7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해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에 월간 기준으로 '팔자'로 돌아섰다.

◆철강 · 화학 · 에너지 저평가 매력

국내 증시는 이달에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글로벌 증시와의 '탈(脫) 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 들어 주요 글로벌 펀드들이 이머징 증시 가운데 한국 주식의 비중을 가장 많이 줄였다"며 "비중 축소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수급 악화에 따른 추가 조정 부담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팀장도 "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증시만 역주행하는 현상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상대적 약세로 한국 증시의 가격매력이 커진 것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급락장을 거치면서 반도체 철강 화학 에너지 등의 주요 종목은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어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다"며 "이달 중순 이후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 국내 증시도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