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현지 사업 철수를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동 거래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가량(18.7%)이 현지 사업을 부분 철수하겠다고 대답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70.9%는 일단 현상을 유지하면서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10.4%는 오히려 사업 확대의 기회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상의는 이번 사태의 향후 추이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했다. 악화되지는 않더라도 단기간 내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기업이 64.0%,사태가 장기화되고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7.4%였다.

주변국의 도움으로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응답은 28.6%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은 불투명한 현지 정세를 감안해 향후 투자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전면 철수는 어렵더라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 투자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아직까지 뚜렷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피해가 발생한다면 추후에 최대한 보상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업체 B사 관계자는 "통관이 늦어지고 신용장 개설도 어려워 신규 선적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입찰마저 지연되면서 사업 규모가 20~30%는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중동 지역은 해외건설의 66%를 차지하고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82%를 들여오는 곳으로 섣불리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정부가 나서 공사대금 수령과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기업들의 중동 엑소더스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사대상 기업들은 중동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국가로 아랍에미리트(26.4%)를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24.7%)와 이란(10.1%) 등이 뒤를 이었고 쿠웨이트(7.2%) 카타르(6.6%) 이라크(4.7%)도 전망이 밝은 곳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3년간 이 지역에서 유망한 사업분야로는 건설 · 플랜트(39.4%)가 첫손에 꼽혔고 에너지 · 자원(24.1%) 석유화학(19.7%) 자동차 · 전자제품(11.8%) 순으로 나타났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으로는 안전리스크(29.6%) 시장정보 부족(24.6%) 등을 지적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