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농 · 수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 위험 점검에 나섰다. 일부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이후 신용협동기구의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위험 관리 능력이 취약한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이 급증한 사실에 주목하고 선제 대응을 하기로 했다.

◆역외대출 등 규제 강화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신용협동기구와 공동으로 가계대출 리스크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지난주엔 신용협동기구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금융당국과 신용협동기구는 TF를 통해 향후 2주일에 한 번씩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산이 급격히 성장해 잠재 위험이 높은 조합을 중심으로 TF를 통해 가계대출 리스크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TF를 통해 신용협동기구의 역외대출도 점진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역외대출이란 조합의 영업권역이 아닌 수도권 등 수익성이 좋은 타지역에 나간 대출을 말한다.

대출 수요가 없는 지방의 일부 조합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출모집 법인을 통해 역외대출을 무분별하게 취급해 왔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하고 있는 농협 등 상호금융회사의 역외대출 비중은 5~7%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또 신용협동기구의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높고,변동금리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경기악화에 따른 가계의 상환능력 저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리상승기에 부실화 우려

금융당국이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에 브레이크를 건 이유는 금리상승기에 서민층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계부실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서 기인했다면,신용협동기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협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54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132조2000억원)보다 17.1%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같은 기간 은행 증가율(5.3%)의 3배에 이르고 금융권 전체 증가율(7.8%)을 크게 웃돈다. 신용협동기구의 대출증가세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적인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대출 증가세가 제한되고 높은 인플레이션,전세가격 상승세로 서민층의 대출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올해도 신용협동기구 등 비은행권 대출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용협동기구 대출이 늘어나면 금리 상승기에 서민층 이자부담이 확대되고,이는 가계부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협동기구의 대출은 대부분 저신용 ·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며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신용협동기구

공동의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기구.조합형태를 띠며 조합원들에게 저축 편의와 대출 기회를 제공한다. 제2금융권에 속하는 농협과 수협의 단위조합,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인 신용협동기구다. 상호금융회사로도 불렸으나 최근 신용협동기구란 말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