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출을 늘리고 싶다면 조세 수입도 늘려야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지출은 꾸준히 확대했으면서도 정작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말을 할 만한 용기는 없었습니다. "

요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62)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오는 9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서 특별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처럼 작은 나라들을 '위기'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위기의 주요 원인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이다. 이 중 3개국은 유로화 사용 국가다. 그들은 스스로 재정 적자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 자칫하면 유럽 전체를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

▼유럽 위기가 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아시아는 그 자체로 이미 상당히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러나 유럽이 잘못된 재정 운용을 계속하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고,아시아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 유럽 국가들은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도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대규모 지출은 반드시 대규모 수입을 동반해야 한다. "

▼유럽 국가들의 성장률 격차는 상당히 심각하다. 유로존의 미래 전망은.

"유럽의 기초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유로 프로젝트'는 실패할 여지가 없다. 유로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성공할 것이다. 한동안 골치 아픈 기간을 겪기는 하겠지만."

▼유럽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어떤 개혁을 이뤄야 할까.

"무엇보다 재정건전성을 되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 그 다음이 경쟁력 회복이다.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유럽 국가들을 보면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다. "

▼유럽 수출 경쟁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독일과 스웨덴은 수출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반면 영국은 딱히 수출시장이라고 할 만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 뛰어난 나라다. 앞으로도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

▼작년 경제성장률 5.5%를 기록한 스웨덴이 '스칸디나비아의 스위스'로 주목받고 있는데.

"스웨덴은 오랫동안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건전성 덕분이다.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했고 임금 인상을 적절히 통제했으며 연구 · 개발 부문을 잘 운영해 왔다. 두 번째는 수출산업이 다변화돼 있는 덕분이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지만 제약산업,제지와 펄프산업,자동차,통신,기계 등 다양한 수출산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

▼한국에서는 복지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스웨덴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복지 수준을 동시에 유지하는 성공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비결이 궁금하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아니면 다 함께 어울려 살 것인가의 문제라고 본다.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사회 구성원이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이 최근 한국의 복지 논쟁에 주는 시사점은.

"경제적인 관점에서,잘 교육받고 건강한 노동인구는 튼튼한 경제의 기본이 된다.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의료 ·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67~68세까지 일할 수 있다면 튼튼한 경제를 가질 수 있다. 경제적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한 좋은 복지 시스템을 갖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이 이런 점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은 어떤가.

"한국 경제는 외부에 열려 있다. 너무 크지도 않고,너무 시대에 뒤처진 것도 아니다. 한국인들은 자유 무역의 선봉에 서서 싸우고 있고,다자 간 협정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규모이면서도 현대적이고 개방된 한국과 같은 시장은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