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물자원공사는 최근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이색적인 투자 제안을 받았다. 'DR콩고에 정수장 등을 지어주는 대가로 구리 광산 개발권을 따냈으니 함께 투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돈이 없는 아프리카 국가에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어주고 그 대가로 자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공사가 자체적으로 실사한 결과 이익은커녕 손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 관계자는 "SOC 건설에 드는 돈이 1억5100만달러인데 반해 광산 가치는 7400만달러가량"이라며 "투자비 회수도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같으면 투자 제의를 거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공사는 대놓고 '노(no)'라고 말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물론 DR콩고 주재 한국 대사관까지 나서 "공기업이 자원 개발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며 압박하고 있어서다. 공사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이 자꾸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구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 들어 자원개발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해외 공관장들의 조급증도 커졌다고 자원개발업계에서는 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현 정부의 실세로 분류되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직접 자원외교를 챙기면서 가시적인 자원 개발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해외 공관장들의 스트레스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중 · 남미 자원 부국을 집중 공략하면서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선 '묻지마 투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역대 해외 광물자원 투자 사업 중 실제 자금이 집행된 117건을 분석한 결과,성공 사업은 17개에 불과한 반면 실패 사업은 100개로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원 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은 데도 한국 기업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