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말 돌연 입국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 씨(47 · 사진)를 조만간 재소환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지난 주말 소환 조사한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간단치 않은 사안"이라고 말해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가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입국한 당일 열흘간 출국 정지시켰으며 수사 상황에 따라 출국 정지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씨는 지난달 26~27일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문회사인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라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현 옵셔널캐피털) 주가 조작과 횡령은 모두 당시 회사 대표로 있던 동생 김경준 씨가 한 것이며 자신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진술은 에리카 김 씨의 입국을 둘러싼 여러 설 가운데 국내에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그가 이번에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기 위해 자진 입국과 검찰 출석을 결심한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생인 김 전 대표는 BBK 실소유주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와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319억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빼돌린 혐의가 모두 인정돼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에리카 김 씨는 동생이 저지른 횡령의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또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김 전 대표가 횡령 혐의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BBK의 주식 100%를 관련 회사인 LKe뱅크에 매각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위조해 검찰에 제출하고 이를 언론에 폭로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