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실리콘 기반 플래시메모리보다 메모리 저장 및 삭제 속도가 이론적으로 최대 1000배 이상 빠른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메모리소자가 국내 연구진 주도로 개발됐다.

건국대 WCU(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사업) 물리학부 이상욱 교수 · 엘레노어 캠벨 영국 에딘버러대 화학과 교수와 박승주 서울대 나노협동과정 연구원,박영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CNT와 마이크로 전기역학 시스템 기반의 저전력-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이번 연구 성과는 휴대폰 등에 쓰이는 비휘발성(전원이 차단돼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성질) 메모리소자인 플래시메모리에 정보를 쓰고 지우는 과정이 다소 느린 단점을 개선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플래시메모리는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의 '플로팅 게이트' 방식이나 '차지 트랩 플래시(CTF)' 방식으로 정보가 저장됐다. 이들 방식은 높은 전압을 트랜지스터에 걸거나 빼 전하를 주입하거나 제거함으로써, 트랜지스터 게이트에 흐르는 전류값을 변화시켜 메모리 단위인 비트를 1 혹은 0으로 구별하면서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구조에 기존 플래시 메모리와 같은 플로팅 게이트를 위치시킨 다음 전기역학적 스위치의 온-오프(on-off)를 통해 전하를 게이트에 주입할 수 있도록 소자를 설계했다.

이렇게 구현된 메모리는 단지 전기적 신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 힘을 보완했기 때문에, 전하를 주입하거나 제거할 때 생기는 셀(cell) 간 간섭 현상으로 인한 오작동 위험이 없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자체 제작한 메모리를 삼성전자 인텔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와 비교한 결과 전력 소모가 수백 배 이상 낮다는 점을 논문에서 입증했다.

연구진은 또 CNT 기반 메모리소자에 흐르는 전류값이 최대 8개 이상 구별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하나의 메모리셀에서 0과 1(Binary Bits)만이 아닌 여러 상태의 기억(Multinary Bits)을 가능케 해 데이터 저장 용량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에 개발된 메모리는 크기 문제 등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이상욱 교수는 "기존에 플래시 메모리를 대체할 것으로 각국 연구진이 활발히 연구 중인 F램 R램 P램 M램 등 차세대 메모리도 결국 전기적 신호에 의존했다"며 "이번 연구는 역학시스템을 적용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소자가 메모리소자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인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마이크로 수준인 전기역학적 스위치의 크기가 향후 그래핀 등을 통해 나노 수준으로 작아지면 메모리의 작동 속도가 1000배가 아닌 수천~수만 배 이상 빨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탄소나노튜브트랜지스터

통상 메모리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에서 실리콘을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한 것.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가 육각형 형태를 이루고 원통 형태로 말려 있는 것으로 전기 및 열전도도와 강도가 뛰어난 신소재다.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개념은 10여년 전부터 나왔으며 최근 각국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