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에서 가장 좋은 투자의 기본은 우량자산에 적절히 분산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넘쳐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주가는 움직이며 투자자들은 작은 흐름에 연연해 매매함으로써 '장기 투자'라는 초심을 잃기 쉽다.

유행을 좇아 단기적으로 투자하면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가 어렵다보니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 봉착했을 때 시장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주식시장이 급락한 이후 최근 신고가를 새롭게 쓰기까지 기간에 투자자들은 43조원이 넘는 자금을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환매했다. 2008년 9월 이후 2년반 정도의 기간 중 6개월을 제외하고 매달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그중 국내 주식형펀드 유출액만 29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특이하게도 어린이펀드의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4년 본격 도입된 어린이펀드

어린이펀드는 2004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 매년 두 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2004년 말 257억원에 불과했던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2006년 25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07년 57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8년 말에는 1조원을 넘겼다. 환매 열풍에 시달렸던 지난해 8000억원 밑으로 설정액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꾸준한 적립식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1월 말 기준 2조원을 넘어섰다. 연금펀드처럼 환매의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닌데 2008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펀드는 20여종으로 국내에서부터 해외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가장 먼저 설정됐던 '대신꿈나무적립주식1'(2004년 7월)을 비롯해 'KB캥거루적립식주식형','미래에셋 우리아이3억만들기','하나UBSi사랑적립식혼합형','주니어경제박사주식','삼성착한아이예쁜아이' 등이 대표적인 펀드다.

◆장기 투자의 첫 단추는 어린이펀드

어린이펀드는 미래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다른 주식형 펀드보다 저렴한 보수를 적용한다. 대부분의 운용사가 어린이펀드의 총보수 비용을 일반 펀드에 비해 10~20%가량 낮게 책정하고 있다. 예컨대 KB자산운용에서 운용 중인 'KB캥거루적립식C'의 총보수(연 2.0%)는 운용체계가 비슷한 'KB코리아스타C'의 총보수(연 2.19%)보다 낮다. 단기 투자시에는 보수 차이가 크다고 느껴지지 않겠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시에는 복리효과로 인해 수익률 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 펀드는 자녀가 자라면서 교육비가 많이 필요한 시점까지 수십년간 꾸준히 저렴한 보수로 투자하면서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싶은 투자자에게 유용하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가 어린이펀드는 어린이만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린이펀드는 사실 가입 대상이나 연령의 제한이 없어 꼭 자녀 명의가 아니더라도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자녀 명의로 가입하면 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증여한도 등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 만 19세까지 1500만원,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으며 이때 공제액은 10년 동안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액이므로 10년이 지나면 같은 금액을 또다시 공제받을 수 있다

◆가입 후 경제 · 금융교육까지 일석이조

저렴한 보수나 장기 투자의 장점 외에도 어린이펀드는 펀드 가입 자체만으로 훌륭한 금융교육이 된다. 어려서부터 투자와 펀드 등 금융용어에 익숙해지고 직접 투자를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면서 돈이 불어나는 모습을 보게 돼 투자의 원칙을 체득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펀드의 운용보고서는 일반 운용보고서와 달리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되므로 유용하다. 삼성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는 만화 형태로 운용보고서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눈높이 보고서는 어려운 경제용어에 대해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경제교육 교재가 된다. 또 어린이펀드에서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이 국내 대표기업으로 실생활과 연계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지속적인 활용도 가능하다.

판매사나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도 어린이펀드만의 장점이다. KB자산운용은 KB국민은행과 연계해 국내 대학 탐방,영어마을 체험 학습 지원 등 가입한 어린이를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유명 대학 및 글로벌 기업을 탐방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 경제교실 운영,어린이 상해보험 1년간 제공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며 진로유학설명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육성이 필요

2008년 국회 차원에서 관련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어린이펀드가 일반 서민들이 자녀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적으로 저축하는 상품인 만큼 이자 및 배당소득 비과세와 소득 공제 등을 골자로 한 세제 혜택을 통해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논의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현재 더 이상의 진전 없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세수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서민들의 자녀교육비 마련을 돕고 장기 투자를 통해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jmcho@kb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