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명품 패션업체 크리스찬 디올을 키운 패션업계 거물이자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50)가 ‘취중 말실수’로 결국 해고됐다.

디올은 1일(현지 시간) 유대인 모욕 발언으로 정직 처분을 내렸던 갈리아노에 대해 해고 조치를 취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전했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갈리아노의 불쾌한 발언과 행동이 동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며 “우리는 그에 대한 해고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갈리아노는 지난달 24일 밤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의 카페 ‘라페를’에서 옆자리에 있던 남녀와 다투다 유대인을 모욕하는 표현을 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갈리아노를 고소한 이 남녀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갈리아노가 자신들을 유대인으로 지목한 뒤 욕설을 하며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갈리아노는 옆자리 여성에게 “더러운 유대인 얼굴”이라고 말했으며 “너같은 사람들(유대인들)과 너의 조상들은 가스실에서 죽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갈리아노는 반유대 발언이나 민족차별주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프랑스에서 이같은 언행은 징역 6개월형이 가능한 범죄다.

당시 갈리아노는 만취 상태였다. 디올 측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에게 정직 조치를 내렸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지난해 10월 갈리아노가 같은 카페에서 아돌프 히틀러를 존경하는 표현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자 디올의 향수 모델인 배우 나탈리 포트먼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히틀러를 사랑한다고 말한 갈리아노의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몹시 불쾌했다”고 밝혔다. 포트먼은 “유대인의 긍지를 갖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갈리아노와는 관련되지 않겠다” 면서 “그의 발언이 아직도 존재하는 이런 편견과 맞서도록 다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갈리아노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디올은 급기야 갈리아노를 내치는 결정을 감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다. 영국 출신의 갈리아노는 패션업계에서 ‘천재’로 불려 왔으며 1996년 디올에 스카우트 된 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디올의 부활에 큰 몫을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