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항만에 수집된 출발 화물은 행선지별로 본선항로의 대형 컨테이너선에 실려 반출되고,도착화물 역시 각각 행선지별로 분산돼 해당 지선항로를 따라 배송된다. 선박의 항로이탈사고는 거의 없으므로 배가 일단 뜨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발생하는 비용은 운송비용뿐이다. 그러나 허브항만에 도착한 다음 옮겨 싣는 과정에서는 관리능력에 따라 예상치 못한 비용들이 추가로 발생한다.

허브항만에 도착한 화물은 일단 행선지별로 분류된 뒤 운항스케줄에 따라 제때에 목적지로 배송돼야 한다. 그런데 화물을 잘 분류해 창고에 저장하였다가 적시에 예정된 운송수단에 선적하는 일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특히 세계 각지로 오고가는 대규모 물동량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대형 항만의 환적작업은 여간 복잡하지 않다. 창고의 화물을 적시에 찾지 못해 수송이 지연되거나 잘못된 행선지로 배송돼 발생하는 손실은 모두 물류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첨단 정보기술(IT)의 혁신적 물류시스템은 환적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함으로써 물류비용을 눈에 띄게 줄였다. 화물은 물류비용이 덜 드는 항만으로 모여들게 마련이므로 첨단 물류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춘 우수한 물류업자들이 활동하는 항만이라야 허브 항만으로 부상한다. 물류업자들이 허브항만을 선정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물류업자들은 육 · 해 · 공의 각종 운송수단이 접근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춘 항만에 주재하려고 한다. 운송수단 선택의 폭이 넓어야 일감도 많고 물류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과 항만을 한 곳에 건설하는 것이 새 시대의 허브 공항 · 항만 전략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동아시아 지역의 물동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극항로 개통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 동아시아지역의 물류네트워크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다. 때마침 가덕도 신항만을 건설한 부산은 동아시아 최대의 허브항만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진 중국인들이 대거 해외여행에 나서면서 많은 중국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을 거쳐 미주지역으로 여행하고 있다. 이런 환승여객 숫자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한 · 중 · 일 동북아 지역은 조만간 새로운 허브공항을 더 확충해야 할 형편이다. 항공 여행객과 화물 운송량이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하면 허브공항과 항만은 환승 · 환적 사업으로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마침 거론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시대조류에 맞는 허브 항만 · 공항 전략에 맞게 추진하면 국가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