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받든지 거래 끊든지"…기업들, 결제통화 변경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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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에 위안화 결제 압박
한국 지렛대로 '국제 통화' 노려…금융권에 하루 50~60건 문의
"中서 번 돈 위안화로 보내라"…현대重 이어 한화·포스코 준비
한국 지렛대로 '국제 통화' 노려…금융권에 하루 50~60건 문의
"中서 번 돈 위안화로 보내라"…현대重 이어 한화·포스코 준비
LCD(액정표시장치)모듈 수출업체인 A사는 작년 말 위안화 결제 문제로 50억원짜리 사업을 놓쳤다. TV세트를 만드는 중국 KONKA사가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주 거래은행이 위안화를 취급하지 않는데다 은행을 바꿀 경우 환전수수료 부담 등이 있어 응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위안화 국제화의 격랑이 한국 기업으로 빠르게 밀려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자는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엔 위안화 결제 때 득실을 따지는 수출 기업들의 문의가 하루에도 50~60건씩 들어오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초부터 중국 법인이 현지에서 번 이익을 본사로 보낼 때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중국 법인을 중간에 끼긴 했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 본사가 중국 현지 기업과 위안화로 무역 거래를 하는 셈이다.
◆"수출 주문 따내려면 어쩔 수 없어"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0.4%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위안화를 무역 결제 통화로 받아들이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가운데 첫 물꼬를 튼 곳은 FnC코오롱이다. 작년 4월 이 회사의 중국 상하이 법인은 한국의 중소 의류업체로부터 물건을 수입하면서 대금(20만 위안)을 위안화로 결제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한화그룹도 위안화 무역결제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조만간 실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우리은행 관계자는 "20대 그룹 가운데 2,3곳 정도가 추가로 위안화 무역 결제에 대해 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시범적으로 위안화 결제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달러화를 기준으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위안화 결제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사업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에선 반도체 사업부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오 KOTRA 베이징KBC 센터장은 "당분간 위안화가 절상 추세일 것이라는 관측까지 가세하면서 위안화 결제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위안화 결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출할 때 위안화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대금을 지불할 때도 위안화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도자기 중국법인 관계자는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이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국제화의 타깃은 한국 기업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무역 결제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다. 인민은행은 통화정책국 아래에 위안화 무역결제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를 두고,한국 기업의 위안화 결제 건수가 많을수록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공상은행 국제부 관계자는 지난달 무역협회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보다 이자율이 높고 당분간 절상추세가 예상되는 위안화를 선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국과 아세안은 위안화 결제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한국의 대 중국 수출 의존도(작년 기준 25%)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0.4% 수준인 위안화 결제 비중이 1~2년 내 10%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휘/남윤선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