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대학도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

김영길 신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한동대 총장 · 사진)은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생존을 위해 변화하는 기업과 달리 대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금속공학 석사학위를,랜실레어폴리테크닉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및 KAIST 교수 등을 거쳐 1995년부터 한동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 1월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대교협 회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내년 4월7일까지다.

그는 "대학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성과 융합지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국제화 △전문지식 △팀워크 △도덕성을 꼽았다. 그는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국제화된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외국어 실력은 물론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길러낸다면 취업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그는 "국내 대학의 95%가 학부중심 대학이고 학부 졸업생 중 85%가 곧바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학에 대한 평가와 정부의 지원은 연구 분야에만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의 질적 평가가 낮고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대학들이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대학 파트너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입학사정관제 정착 방안에 대해 "대학 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입학사정관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대학이 설립목적과 비전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이와 연계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각 학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른 만큼 인상률만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같은 인상률이라도 대학마다 등록금 액수가 다른 만큼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국내 대학의 등록금이 비싼 건 사실"이라며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대학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연구와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불(不) 정책'(기여입학제 · 고교등급제 · 본고사 금지)에 대해 그는 "3불 폐지 여부는 아직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임기 중 시간을 두고 폐지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