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정책에 미세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행정부에선 중단됐던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의회에선 북 · 미대화를 강조하는 등 대화 쪽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우선 미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대북 유화 발언이 주목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할 경우 미 · 북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정권교체(regime change)'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목표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관계개선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행동변화"라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대북식량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분리하고 있다"며 "식량배분을 모니터링할 수 있을 때 식량을 지원하고 그것이 아이들과 필요한 시설에 간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다면 식량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들을 만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 · 미 간 입장 조율이 이뤄졌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의 유화 제스처도 눈에 띈다. 이명박 대통령은 3 · 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일보한 입장을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강한 스탠스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외무성도 1일 대변인 담화에서 한 · 미 합동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면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기류변화는 군사 실무회담 결렬 이후 각각 미국 중국과의 협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은 6자회담 재개방안을 조율하면서 북측에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 미 역시 김태효 비서관과 위성락 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주파수를 맞췄다. 이에 따라 키 리졸브 훈련과 중국 양회일정이 마무리되고 비정부기구(NGO)들의 북한 식량평가보고서가 나오는 이달 하순 또는 4월 초순에 정세 흐름에 변화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 미 양국은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 본부장과 면담한 뒤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 · 미는 북한 UEP가 유엔 안보리 결의와 9 · 19 공동성명을 동시에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안보리 의장성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