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또 '反시장' 발언] 애플이 이익 70% 돌려준다니…"오히려 개발자 몫 30%나 챙겨"
애플이 이익 70% 돌려준다니…"오히려 개발자 몫 30%나 챙겨"


(1) 초과이익은 경제학에 없는 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협력사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해 "반시장적인 또는 사회주의적인 분배정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3일 자신이 주장한 이익공유제를 놓고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듭되자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조목 조목 반론을 폈다. 정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익공유제의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하며 물러설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선 정 위원장이 경제학 이론에도 없는 '초과이익'을 거론하며 이익공유제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팔고 성장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동반성장지수는 소비자와 근로자, 투자자 나아가 중소기업에도 재앙"이라고 말했다.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반성장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며 자율적으로 기업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정 위원장이 밝힌 '초과이익'의 개념이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초과이익은 경제학에도 없는 용어"라며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이익 중 일부를 사회를 위해 쓰라는 것은 이윤추구를 기업 활동의 본질로 본 시장경제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 공유제 운영실적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하고 세제혜택과도 연계시키기로 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 공유제를 새로운 준조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마디로 경제 시계를 개발연대로 돌리자는 얘기"라며 "이익을 토해내야 한다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열심히 이윤추구 활동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동반성장 논란과 관련,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팔고 성장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동반성장지수는 소비자와 근로자,투자자 나아가 중소기업에도 재앙"이라고 말했다.


"한 달 앞도 못 보는데…경영 현실 모르는 발상"

(2) 연초에 이익목표 공개?

정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제시한 연초 이익 목표치에서 실제 이익을 빼면 초과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기업들은 연초에 이익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이익은 경쟁 업체의 행보,원자재가격,금융 시장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시로 바뀌며 글로벌 단기변동성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며 "연간 사업계획을 만들지 못해 시나리오 경영에 의존하는 기업들에 연초에 이익 규모를 추산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이 연초에 공개하는 목표치는 매출 뿐이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영업이익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포스코도 지난해부터 이익 추정이 어렵다며 영업이익 추정을 포기했다.

조 교수는 정 위원장의 논리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 추정치를 공개하라고 강제하면 기업 대부분이 달성이 어려운 부풀려진 목표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반 강제적으로 이익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적정 이익을 발표하겠냐"고 말했다.


"협력사 직접 지원하는데…누구 위해 돈 걷나"

(3) 왜 기금 형태 고집하나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동반성장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금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양 소장은 "주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거래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에 직접 지원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직접 협력업체를 지원하면 자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은 용처가 불분명하며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금은 눈 먼 돈이라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동반성장기금이 많아지면 위원장과 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힘이 집중되게 된다"며 "이 같은 상황을 기업들이 달가워할리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운영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운영비를 모으기 위해 이익 공유제를 들고나왔다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출범 초기 전경련에 위원회 운영자금 100억원을 요구했지만 전경련 회원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위원회 예산은 정부 지원금과 전경련 예산 20억원 등을 포함 총 58억원이다.


"도요타도 기금 내놓으라면 기막힐 것"

(4) 해외사례 곡해

정 위원장은 이익 공유제의 사례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들었다. 콘텐츠 판매로 얻는 수익의 70%를 개발자가 가져가는 구조인 만큼 넓은 의미의 이익 공유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정 위원장이 애플의 수익 구조를 잘못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애플이 수익의 70%를 되돌려주는 게 아니라 콘텐츠 업체들의 이익 중 30%를 가져가는 구조라는 얘기다. 한 소프트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 일은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장터를 마련한 것 뿐"이라며 "30%라는 앱스토어 이용 수수료가 비싸다는 게 콘텐츠 개발자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역할이 제한적인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동등한 잣대를 놓고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이 이익 공유제의 또 다른 예로 제시한 도요타의 부품업체 지원도 이익 공유제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업체들도 도요타처럼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협력업체를 지원한다"며 "도요타도 이익을 기금화 해 중소기업을 돕는 방식을 들으면 기가 막혀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실성 없어…납품가 보장이 중요"

(5) 중소기업 속내는

동반성장위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조직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한 후 만들어진 민간기구다. 하지만 발족 이후 행보를 보면 공정거래위원회 못지않은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정부기구 처럼 행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위해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56개 대기업을 선정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민간 기구라면 대기업들의 의견을 수렴 동반성장지수에 프로그램에 참여할지를 먼저 물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세제 혜택과 연계시키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 기구가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 협약을 맺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권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며 "요즘에는 동반성장위가 공정거래위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송형석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