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 급등하는 물가, 3~4월이 더 걱정…'밥상 차리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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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물가 27개월 만에 최고
유가 100弗 돌파
중동사태 장기화 땐 '오일쇼크'…물가 3% 목표 수정 불가피
국제유가는 대략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국내 소비가 가장 많은 휘발유값은 원유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2일 ℓ당 1881원37전(전국 평균가격)으로 올해 들어서만 6.2%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이 이어질 경우 휘발유값은 조만간 ℓ당 2000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반영된다.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기름값은 전셋값과 통신료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5%) 가운데 기름값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향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목표하는 연간 물가 3% 안정은 달성이 어렵게 된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85달러 전망치를 바탕으로 세운 물가 3% 목표를 수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최소한 배럴당 110~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2008년 고점(147달러)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생활물가가 올라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기업 채산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인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를 당초 3.3%에서 3.6%로 상향 조정했고,씨티그룹은 3.4%에서 3.7%로 올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3.7%에서 4.2%로 상향 조정했다.
원자재 가격 강세
세계 곡물 재고율 '뚝'…생산자 물가 2년 만에 최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소비자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팽창과 신흥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옥수수 밀 등 곡물은 물론 철광석 구리 주석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곡물 재고율은 올 들어 하락세로 반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곡물 재고율은 2008년 17.1%에서 2009년 21.0%,2010년 22.2%로 높아졌으나 2011년 19.0%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곡물 재고가 급속히 소진돼 공급 차질이 발생하게 되면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옥수수 밀 등 주요 품목이 연초 대비 15% 이상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니켈 주석 등의 가격도 연초에 비해 15~18%가량 올랐다. 원자재 가격 강세는 원 · 부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생산자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생산자물가는 이를 반영해 지난해 8월만 해도 3.1% 상승(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으나 11월 4.9%,12월 5.3%에 이어 올해 1월에는 6.2%로 수직상승했다. 특히 1월 생산자물가는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폭등한 것이어서 물가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1.6%)도 2008년 7월(1.9%)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공산품의 공장도 가격과 농수산물의 도매시장 경매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농수산물의 경우 즉각,공산품의 경우에도 1~2개월 시차가 걸린다. 생산자 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외에 공산품과 서비스 품목도 가격이 두 자릿수 급등 추세다. 주유소 판매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석유제품 출고가격은 1월에 일제히 12~17%대 상승률을 보였고 의류와 주방용품에 쓰이는 화학제품의 공장도 가격은 20~30%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인플레 심리 확산
외식비 3.5% 급등 '고공행진'…수요쪽 물가 상승압력 본격화
소비자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 이후 줄곧 2%대 상승률을 유지해 왔던 외식비가 올해 2월에는 3.5%로 높아졌다. 농축수산물 등 원재료값 상승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한 측면도 있지만,늘어나는 소비가 이를 뒷받침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 심리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서비스 요금도 3% 올랐다.
지금까지의 물가 불안은 주로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점차 국내 수요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불안 요인 외에 수요 압력까지 가세할 경우 물가는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18개월 만에 처음 3%대 상승률을 보인 것도 국내 수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판매제품 가격에 전가해도 충분히 팔 수 있을 정도로 국내 경기가 좋아졌다고 국내 기업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면 향후 물가상승 추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한 해 동안 줄곧 3%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올해 1월 들어 3.7%로 상승한 이후 2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요금은 개인 서비스 요금과 달리 아직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 도시가스 통신 시내버스 등 공공요금은 정부의 강력한 인상 억제 정책으로 1%대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요금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일제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낮은 공공서비스 가격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측면을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중동사태 장기화 땐 '오일쇼크'…물가 3% 목표 수정 불가피
국제유가는 대략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국내 소비가 가장 많은 휘발유값은 원유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2일 ℓ당 1881원37전(전국 평균가격)으로 올해 들어서만 6.2%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이 이어질 경우 휘발유값은 조만간 ℓ당 2000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기름값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반영된다.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기름값은 전셋값과 통신료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5%) 가운데 기름값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향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목표하는 연간 물가 3% 안정은 달성이 어렵게 된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85달러 전망치를 바탕으로 세운 물가 3% 목표를 수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최소한 배럴당 110~1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2008년 고점(147달러)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생활물가가 올라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기업 채산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인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를 당초 3.3%에서 3.6%로 상향 조정했고,씨티그룹은 3.4%에서 3.7%로 올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3.7%에서 4.2%로 상향 조정했다.
원자재 가격 강세
세계 곡물 재고율 '뚝'…생산자 물가 2년 만에 최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소비자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팽창과 신흥국의 수요 증가 등으로 옥수수 밀 등 곡물은 물론 철광석 구리 주석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곡물 재고율은 올 들어 하락세로 반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곡물 재고율은 2008년 17.1%에서 2009년 21.0%,2010년 22.2%로 높아졌으나 2011년 19.0%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곡물 재고가 급속히 소진돼 공급 차질이 발생하게 되면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옥수수 밀 등 주요 품목이 연초 대비 15% 이상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니켈 주석 등의 가격도 연초에 비해 15~18%가량 올랐다. 원자재 가격 강세는 원 · 부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생산자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생산자물가는 이를 반영해 지난해 8월만 해도 3.1% 상승(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으나 11월 4.9%,12월 5.3%에 이어 올해 1월에는 6.2%로 수직상승했다. 특히 1월 생산자물가는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폭등한 것이어서 물가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1.6%)도 2008년 7월(1.9%)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공산품의 공장도 가격과 농수산물의 도매시장 경매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농수산물의 경우 즉각,공산품의 경우에도 1~2개월 시차가 걸린다. 생산자 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외에 공산품과 서비스 품목도 가격이 두 자릿수 급등 추세다. 주유소 판매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석유제품 출고가격은 1월에 일제히 12~17%대 상승률을 보였고 의류와 주방용품에 쓰이는 화학제품의 공장도 가격은 20~30%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인플레 심리 확산
외식비 3.5% 급등 '고공행진'…수요쪽 물가 상승압력 본격화
소비자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작년 하반기 이후 줄곧 2%대 상승률을 유지해 왔던 외식비가 올해 2월에는 3.5%로 높아졌다. 농축수산물 등 원재료값 상승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한 측면도 있지만,늘어나는 소비가 이를 뒷받침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 심리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서비스 요금도 3% 올랐다.
지금까지의 물가 불안은 주로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점차 국내 수요 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불안 요인 외에 수요 압력까지 가세할 경우 물가는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18개월 만에 처음 3%대 상승률을 보인 것도 국내 수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판매제품 가격에 전가해도 충분히 팔 수 있을 정도로 국내 경기가 좋아졌다고 국내 기업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면 향후 물가상승 추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한 해 동안 줄곧 3%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올해 1월 들어 3.7%로 상승한 이후 2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요금은 개인 서비스 요금과 달리 아직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 도시가스 통신 시내버스 등 공공요금은 정부의 강력한 인상 억제 정책으로 1%대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요금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일제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낮은 공공서비스 가격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측면을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