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월급 오르는 입사 초년생들 'DB형' 이직 잦거나 정년 가까우면 'DC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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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퇴직급여 지급재원을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적립하고 퇴직연금사업자가 이를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과 생활 안정을 위해 2005년 12월부터 시행됐다.
◆근로자의 자금 안전하게 운용
퇴직연금제도는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의 수급권이 강화됐다. 퇴직금제도에서는 퇴직금 재원을 장부상으로만 적립할 수 있고 퇴직보험 · 신탁을 통해 사외적립을 하더라도 최저 적립 수준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이로 인해 퇴직금제도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기업의 도산 또는 자금 사정 악화에 따라 퇴직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는 사외적립금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퇴직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은 연간 임금총액의 최소 1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납입해야 하고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서는 예상 퇴직급여의 60% 이상을 사외에 적립하도록 해 수급권 보장을 강화했다. 또 퇴직연금은 직장 이동 시 수령한 퇴직급여를 개인퇴직계좌(IRA)로 이전해 퇴직급여의 중도 소진을 막고 이를 노후재원으로 적립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퇴직금제도에서는 이직 시 퇴직금을 직접 수령해야 하며 이것이 대부분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노후자금 축적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승진 기회 많다면 DB형이 유리
퇴직연금제도는 DB형과 DC형,IRA로 나뉜다. DB는 근로자가 퇴직 시 수령할 퇴직급여 산식이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과 근속연수에 따라 사전에 확정돼 있는 제도다. DB 적립금 운용은 기업이 결정하며 이에 따라 운용손익도 기업에 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DC는 기업이 납입해야 할 부담금 수준이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최소 1/12)로 사전에 확정돼 있는 제도다. DC에서는 적립금 운용지시 권한이 근로자에게 있고 운용 성과 역시 근로자에게 귀속돼 있는 구조로 퇴직급여 수준은 적립금 운용 성과가 반영돼 결정되므로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DB와의 차이점이다.
앞으로 승진 기회가 많고 높은 임금 상승이 예상되는 직장인들은 최종 평균임금에 의해 퇴직급여 수준이 결정되는 DB를 고르는 게 좋다. 반면 정년이 가까운 직원이나 근속연수가 짧고 이직이 잦은 근로자, 연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은 DC가 유리하다. 월급이 많이 오르는 낮은 연차 때 DB를 택했다가 연차가 높아져 임금 상승이 줄어들 때 DC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IRA는 퇴직급여제도의 일시금을 수령한 자가 이를 적립 · 운용하기 위해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설정한 저축계정이다. IRA는 중간정산 및 작은 직장 이동으로 인해 퇴직급여가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퇴직할 때 받은 일시금을 세제 혜택(과세이연)을 받으면서 적립했다가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간접투자상품인 펀드 유망
퇴직연금제도가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적립금을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퇴직금제도에서 사외 적립금은 퇴직보험상품이나 퇴직신탁상품에만 한정해 투자가 허용됐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에서는 국내외 주식 및 채권,펀드,파생상품,예 · 적금,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그 중 현실적으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이 펀드다. DC의 경우 주식 및 채권에 대한 직접투자가 허용되지 않고 DB의 경우에는 직접투자가 가능하지만 보수적인 운용 태도로 인해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퇴직연금펀드는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에 한해 투자가 가능한 퇴직연금 전용 간접투자상품이다.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산에 따라 주식 · 채권 · 혼합형으로 구분되며 스타일에 따라 가치 · 성장 · 혼합,대형 · 중소형으로, 투자지역은 국내 · 해외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퇴직연금 펀드는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이 퇴직 시점까지 이연되고 세율도 퇴직소득세율 또는 연금소득세율을 적용 받게 돼 일반 펀드에 비해 절세 효과가 크다. 또 퇴직연금펀드는 일반펀드에 비해 펀드 보수 및 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펀드보수 외에도 퇴직연금사업자가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므로 퇴직연금펀드 가입 시 부과하게 되는 총보수 및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장기성과 보려면 보수 낮은 펀드 골라야
자신에게 적합한 퇴직연금 펀드를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운용 기간이나 중장기 수익률,일정 규모 이상의 설정액 등의 기준은 일반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퇴직연금펀드의 대부분이 모자형 구조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자펀드 성과와 더불어 모펀드의 운용 성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장기 투자임을 감안해 되도록 보수가 낮은 펀드를 고를 필요가 있다. 2~3년 투자라면 몰라도 10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상정한다면 누적되는 보수 비용은 엄청난 성과 차이를 야기한다. 보수 비용 문제를 좀더 심각하게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상대적으로 보수가 낮은 인덱스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펀드 선택 못지 않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펀드 판매사(퇴직연금사업자)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일반 투자자에 비해 상품 교체 빈도나 펀드현황 조회 횟수가 적은 편이다. 심지어 본인이 어떤 퇴직연금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지조차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무관심 편향을 보완하기 위해 충분한 사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판매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연금펀드 투자는 그 어떤 투자보다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만큼 운용사 및 판매사의 지속적인 컨설팅 서비스가 더욱 필요하다. 일반 펀드투자 때와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판단과 선택을 해야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시장의 부침 속에서도 노후 자금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smkang@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