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녹나무 순례에 年 100만명
770개 미니 석상 '에비스' 눈길
우레시노 미백온천도 필수코스
일본 규슈 북서쪽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지역의 다케오 신사.부슬비를 맞으며 너른 구릉을 걷다가 어두컴컴한 대숲길로 들어선다. 사람 키의 대여섯 배는 족히 될 대나무들에서 청신한 기운이 풍긴다. 대숲 터널을 따라 오르던 산길이 갑작스레 끝나는 곳, 거기에 신(神)이 있다. 빛의 세례를 받고 있는 거대한 나무다. 그들이 '다케오 오쿠스(大楠 · 큰 녹나무)'라 부르며 섬기는 존재다.
수령 3000년.10층 건물 높이(30m)에 둘레는 열세 아름(20m)이나 되지만,바로 몇 걸음 전까지도 보이지 않았던 터라 뜻밖의 조우가 더욱 신비스럽다. 나무 속에서 시간이 뒤틀리며 만들어진 다다미 12장 넓이(20㎡)의 빈 공간엔 신전이 차려져 있다.
◆정기를 받는 '파워 스폿'
깊은 불황의 그림자 탓일까. 일본인들은 지금 '파워 스폿(power spot)' 순례에 한창이다. 좋은 기운이 흐르는 장소다. "그곳에 가면 온몸에 전기가 찌르르 흐르면서 몸에 기운이 솟는 것 같다"고 이들은 믿는다.
동쪽으로 후쿠오카,남쪽으로 나가사키와 접한 사가현은 그런 파워 스폿들이 유난히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다케오 오쿠스가 대표적이다. 사가현 가운데에 있는 다케오시에는 다케오 오쿠스를 비롯해 가와고 오쿠스,쓰카사키노 오쿠스 등 '3대 녹나무'가 있다.
사가 사람들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옆 도시 나가사키와 달리 이 일대가 전쟁의 참화를 피해간 것은 나무의 신 덕이라고 생각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10년간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3대 녹나무 순례길에 올랐다.
◆770개 에비스와 최고급 사가 규
다케오시 일대의 녹나무 순례를 마쳤다면 사가 시내 골목 골목을 누비는 '에비스 메구리(순례)'도 해 볼 만하다. 에비스(惠比壽)는 상점 앞이나 길가 모서리에 놓인 자그마한 석상이다. 대략 50㎝ 높이,차로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일본의 7대 신 중 하나라는 에비스는 머리에 작은 모자를 쓰고 한 손엔 낚싯대,옆구리엔 커다란 도미를 한 마리 끼고 있다.
시 전체에 770개가 있으며 대부분 시내 중심가 상업지구에 몰려 있다.
에비스는 미소 띤 얼굴로 배를 불룩 내민 게 공통적이다. 제일 유명한 것은 사가신용금고 앞 유메코이(꿈꾸는) 에비스다. 복권 당첨에 특효란다.
사가현을 찾았다면 우레시노 온천을 빼놓고 갈 순 없다. 일본 3대 미백 온천으로 꼽히는 우레시노 온천은 물이 끈끈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밀도가 높다. 온천물로 만든 두부와 사가 쇠고기(사가 규)를 포함한 가이세키 요리들도 수준급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머리를 식히러 온다는 료칸 와라쿠엔(和樂園)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지역 온천들 중 맏형 뻘이다. 우레시노 녹차를 아낌없이 풀어낸 녹차 노천탕의 수질과 풍광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사가(규슈)=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여행팁
사가현은 일본 규슈 북서부에 있는 현이다. 인구는 86만명. 우리나라와 거리가 제일 가깝다. 위도상으로 제주도와 비슷하다. 연평균 17도 정도로 온화한 편이다. 요즘 환율은 현금매입 기준 100엔당 1400원 내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후쿠오카로 들어간다. 1시간10분 걸린다. 부산에서 비틀호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후쿠오카에서 규슈 횡단 자동차전용도로에 오르면 한 시간 만에 사가시에 갈 수 있다.
숙소는 우레시노 지역에선 와라쿠엔을 비롯해 다카사고 시보르트노유 등의 여관을,다케오 지역에선 교토야를 추천할 만하다.
싸고 맛있는 먹을거리들을 즐기고 싶다면 사가현 중심부의 34번 국도를 찾으면 된다. 34개 음식점들 대부분의 음식이 맛도 있지만 적잖은 양으로 포만감을 보장한다. 'B급 구루메(gourmet) 스트리트'로 알려진 거리다. 사가현 서울연락사무소(02)737-1122,www.japanp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