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대에게 청혼한 72세 괴테…사랑에 울고 명작을 남기다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잔은 19세였다. 남자는 대마초 연기가 자욱한 카페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 몽환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 "내 그림의 모델이 돼 주겠소?" 잔은 그를 따라나섰다. 그날 밤 잔은 파리 최고의 미남이자 바람둥이인 모딜리아니의 연인이 됐다.

둘은 지중해 연안의 코트다쥐르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아이도 태어났다. 어두웠던 모딜리아니의 캔버스는 붉은 정열로 물들었다. 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자화상'과 '잔 에뷔테른느'는 이 시절 작품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했던 잔의 부모는 그녀를 집에 감금했다. 모딜리아니는 매일 잔의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과 비를 맞았다. 결핵을 앓는 데다 마약을 끊지 못했던 모딜리아니의 건강은 더 악화됐다. 파리 자선병원에 입원한 모딜리아니는 서른여섯의 나이로 눈을 감고 말았다. 다음날 잔은 자신의 집 5층에서 뛰어내렸다. 잔은 3년 후 모딜리아니의 곁에 묻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영원히 하나가 됐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갖고 정열적으로 살았던 예술가들은 사랑의 기적을 실천해 보였다.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은 55세의 나이 차를 극복했던 괴테의 사랑도 소개한다. 예술가들은 사랑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과 세상의 한계를 초월했다.

72세를 앞둔 괴테는 17세 소녀 울리케 앞에서 다시 청년이 됐다. 그는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울리케에게 청혼했다. 구혼은 거절당했지만 그녀와의 사랑은 세계 문학사에 길이 빛날 작품을 낳았다. 바로 《마리엔바트의 비가》다. '사랑의 형체는 그처럼 선명하고도 생생하게 내 가슴속에 남아 있다/진실한 심장 속에 불꽃으로 글씨를 새겨 넣은 것처럼' 등의 구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 밖에도 제자와 동성애에 빠졌던 다빈치부터 클림트,모차르트 등 예술가 18명의 격정적인 사랑을 소개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