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핵심 콘텐츠인 'T맵'(내비게이션 지도)을 아이폰에 공급한다. 아이폰 도입을 전격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전략으로,SK텔레콤의 아이폰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음악 포털 서비스 '멜론'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으로 내놓는 등 애플 제품에 대한 콘텐츠 지원을 강화해 왔다.


◆T맵으로 SKT 아이폰 확대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3일 "아이폰용 T맵을 제작중"이라며 "아이폰 출시에 맞춰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맵 공급 날짜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내놓을 것"이라며 "이르면 1~2개월 내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작년 말부터 아이폰용 T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사온 아이폰 등으로 SK텔레콤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T맵 개발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아이폰용 T맵 개발이 완료되면 앱 형태로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 자사 가입자들이 내려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T맵은 아이폰 대신 갤럭시S 등 SK텔레콤의 스마트폰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T맵만 아이폰에서 쓸 수 있으면 SK텔레콤으로 바꾸겠다"는 KT 아이폰 가입자들도 적지 않다. T맵은 USIM(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 등을 통해 휴대폰 번호로 가입자를 인증하는 방식이라 KT 가입자는 이용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T맵 때문에 아이폰을 못 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KT 가입자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다른 휴대폰 가입자도 아이폰을 선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달 '가로 보기'와 '세로 보기'가 동시에 가능하고 화면을 여러 손가락으로 눌러 작동할 수 있는 T맵 새 버전도 내놓는다. 국내에 아이패드2가 출시되면 아이패드용 T맵도 내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이폰 · 아이패드 지원 강화

SK텔레콤은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지난해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앱을 만들어 왔다. 아이폰용 싸이월드 앱을 작년 7월 선보인 데 이어 통합 메신저인 '네이트온UC' 앱을 11월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핵심 음악 서비스인 멜론 앱까지 내놨다. 아이폰 도입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T맵과 멜론은 각각 중장년층과 신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SK텔레콤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키워온 서비스다.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은 T스토어를 포함해 '3대 킬러 콘텐츠'로 꼽고 있다. 이 같은 핵심 서비스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은 단말기를 가리지 않고 모바일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부터 아이폰 · 아이패드 개발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왔다. 서울대 안에 있는 SK텔레콤 상생혁신센터에 아이폰 개발 과정을 두고 개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로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사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의 글로벌 AS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기간을 늘린다든지 SK텔레콤이 직접 나서 부분 수리를 해주는 방식 등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