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리비아 사태에 결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모든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리비아를 떠나라”고 종용했다. 리비아에서는 여전히 격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군은 석유 수출의 요지인 항구도시 브레가에 폭탄 2발을 투하했다. 이번 폭격에 대해 카다피의 아들은 “단지 위협용”이라며 일축했다.

◆입 연 오바마…“비행금지구역 설정 검토”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리비아 사태에 대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비롯한 모든 해결책을 검토하라고 미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그간 우리가 취해온 비(非)군사적인 조치 외에도 모든 종류의 옵션을 보고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다” 면서 “국제사회와 협의해 리비아인들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카다피가 비무장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 군사적인 조치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모든 옵션에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그것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는 리비아를 통치할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사퇴해야만 한다”고 촉구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실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방 각국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놓고 적잖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과감하고 대대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반면 독일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역효과를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카다피 아들 “브레가 폭격은 겁주기 위해”

카다피의 아들인 세이프 알 이슬람은 이날 카다피의 친위부대 전투기가 리비아 동부의 항만도시 브레가를 폭격한 것은 단지 반군을 겁주기 위해서였으며 사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스카이뉴스TV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그는 “브레가는 리비아의 석유수출항으로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반정부 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 민병대가 브레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명백했다” 며 “그것은 ‘금지선(red line)’이며 당신들은 항구를 장악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알 이슬람은 “폭탄은 일단 반군들을 놀라게 해서 도망치게 하려는 것이지 브레가를 공격하거나 우리 국민을 죽게 하려는 게 절대로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알 이슬람은 이번 공습은 민간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며 “브레가는 도시가 아니라 석유수출 항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폭격을 감행한 곳에 주민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 뒤 “브레가 시내는 폭격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답했다.

그는 “브레가 항구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허브’”라며 “우리 모두가 먹고사는 것은 브레가 덕분이며 그곳에서 리비아의 석유 전부를 수출하기 때문에 브레가가 없으면 600만 리비아 국민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다피측 전투기는 이날 오전 브레가의 정유시설 근처에 폭탄 2발을 투하했다. 폭탄은 석유회사와 거주지역 사이에 떨어졌으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투기의 공습 목표물은 브레가의 대형 석유단지에 있는 활주로가 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 수도 트리폴리에서 740㎞ 떨어진 브레가 외곽에서는 전날 카다피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 간에 교전이 발생해 14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