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도 3년째다. 이제 내년이면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이 탄생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로스쿨 도입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모두가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된 듯하다. 최근 로스쿨 졸업예정자 중 원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검사로 임용한다는 법무부 발표에 반발해 사법연수원생들이 집단으로 입소식에 불참했다. 더욱이 이들 중 한 명은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해도 좋다"고 잘라 말했다는 기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사법연수원생은 예비법조인으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더욱이 현행 제도 아래서 판사나 검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변호사는 된다.

우리 국민은 아직도 변호사를 '산다'고 말을 한다. 변호사는 소위 법률서비스를 '팔고' 소비자인 의뢰인은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자신들을 상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여지없이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개인 사무실을 열고 소위 '영업'을 하는 변호사가 이럴진대 판사나 검사는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공성이나 윤리성 등 그 사회적 책무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 신분을 가진 예비법조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 정책을 시장의 상인들 간에도 어쩌다 일어나는 소위 '밥그릇 싸움'의 대상에 견준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법무부의 검사임용안에도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사실 법무부의 로스쿨생 검사 임용방안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로스쿨을 도입함에 따라 미국의 검사임용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과 각 주 소속 검사로 구분되는데 그 어느 경우에도 경력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는 방식과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선발하는 방식을 따른다. 특히 LA 지역 주 검사의 경우 변호사 경력이 필수는 아니나 가점이나 우대 요소가 되며,신규 검사로 선발됐다고 하더라도 1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업무수행능력 등을 평가받은 후에 비로소 정식 검사로 채용돼 공무원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물론 변호사 자격은 필수요건이다.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한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검사임용 방식과 미국의 검사임용 방식이 일견 비슷해 보이나 사실상 차이가 있다. '예비검사'인 로스쿨생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도 그렇고,1년간의 교육을 받는다고는 하나 교육 받기 이전에 이미 검사로 임용돼 공무원 자격을 취득하는 것도 그렇다. 더욱이 미국의 검사와는 달리 우리나라 검사가 막강한 수사권을 갖는 등 그 권한의 크기를 비교해 본다면 그 차이는 크다고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그 수와 입학정원을 제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미국의 로스쿨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하다.

고도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성이 요구되는 공무원인 예비법조인이 가장 기본적인 준법정신까지 망각한다면 큰일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직 공무원,정치인 등의 85% 이상이 법조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법조인 출신의 주요 사회 지도층 인사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예비법조인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기준을 자기 이익을 위한 '밥그릇'으로 삼는다면 더욱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김광록 <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