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전략미디어마케팅팀의 배수정 씨(35)는 지난 3일 서울 청파동의 한 주유소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주유소 입구에 ℓ당 2100원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휘발유 경고등이 들어와 일단 3만원어치만 넣었다"는 배씨는 "전날 가격이 2030원이었다는데 하루 만에 70원이나 올랐다"고 말했다.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전국 드라이버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강남에는 휘발유를 ℓ당 2200~2300원대에 파는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전국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21주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남 이어 강릉 · 천안도 2000원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893.08원을 기록했다. 경유도 전국 평균 ℓ당 1700.07원으로 올라 1700원대를 뚫었다.

통계는 통계일 뿐,운전자들의 '체감 기름값'은 이미 2100~2200원에 올라선 상태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경일주유소는 보통휘발유를 ℓ당 전날보다 60원 인상해 2255원에 팔았다.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가격이 1966.86원에 달한 가운데 강남 종로 중구에서 2000원을 넘었다. 서울 내에서도 싼 곳과 비싼 곳의 차이가 300원 이상 나기도 한다.

지방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00원대 주유소'가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천안 천인주유소(휘발유 ℓ당 2057원) 대전 동명주유소 · 강원 강릉주유소(2029원) 부산 중구 강남주유소(1998원) 울산 남구 광신주유소 · 광주 북구 신역주유소(1985원) 등이 지역별 신기록을 깼다.

◆"가득" 하고 싶지만… "3만원이요"

문제는 날마다 50~60원씩 오르는 곳이 부지기수라는 점.서울 은평구의 주유소 직원 이모씨(21)는 "요새는 일단 '3만원이요' 한 뒤 기름 넣는 동안 내일 가격을 묻고,인상될 것이라 답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만땅(가득)'으로 바꾸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시동 걸기가 무서운 기름값 탓에 자가 운전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신입사원 황민우 씨(29 · 충남 천안)는 "취업 후 출퇴근용으로 큰맘먹고 차를 뽑았는데 기름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차는 모셔놓고 동기들과 카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기름값을 두고 성토가 벌어지고 있다. "기름값이 미쳤다. 월드컵도 아니고 2002원"(@roug***),"유류세 임시로라도 내려라.2000원 되니 미치겠다"(@rkse***) 같은 관전평이 줄을 잇고 있다.

◆대형차,중고로 팔기도 힘들어

중고차 시장에서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중 · 대형차가 매물은 늘고 값은 폭락했다. SK엔카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에쿠스 그랜저TG SM7 YF쏘나타 뉴오피러스 등의 시세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아반떼HD 뉴모닝 등 연비가 좋은 경차와 소형차는 30만~50만원 오르거나 최소한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서울 장안동 중고차시장의 한 상인은 "3월이 원래 사회 초년생과 학생 고객을 맞는 특수인 데다 고유가까지 겹쳐 작은 차만 손바뀜이 활발한 편"이라고 전했다.

석유공사(www.opinet.co.kr)나 오일프라이스워치(www.oilpricewatch.com) 같은 가격정보 사이트를 체크하는 것은 운전자들 사이에 기본 상식이 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차량 내비게이션으로도 주유소별 기름값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지정한 주유소의 기름값을 매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주는 모바일 오피넷(mobile.opinet.co.kr)도 활용할 만하다.

현대 · 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이철한 연비 테스터는 "차량의 rpm을 낮게 유지하고 짐칸에 있는 물건을 없애는 것도 연비 운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