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이 전국 15개 지점을 폐쇄한다. 지난해 14개 지점을 없앤 데 이어 두 번째 대규모 지점 구조조정이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에 치중된 현재 사업구조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지점 통 · 폐합을 통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증권의 이 같은 방향 선회는 증권산업의 중심축이 레드오션이 된 브로커리지에서 자산관리로 확실하게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브로커리지 강자도 축소로 선회

대우증권은 4일 전국 118개 지점 중 경북 포항 등 15개 지점을 이달 중 폐쇄키로 했다. 노동조합 측은 지점 폐쇄 전면 백지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점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의 지점 폐쇄는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해 온 '리테일 혁신' 작업의 일환이다. 리테일 혁신의 핵심 방향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다. 오철우 대우증권 리테일사업추진부장은 "저가 수수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브로커리지 부문에선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선 금융자산 규모가 작은 지역의 지점은 없애는 대신,수도권과 대도시의 지점을 대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앞서 7 대 3으로 나눠져 있던 '인베스트매니저'(브로커리지 담당)와 '웰스매니저'(자산관리 담당) 등 1000여명의 영업직원을 'PB(프라이빗뱅킹)' 단일 직군으로 통합했다. 브로커리지만 전담하는 '스톡매니저'는 18명만 남겨뒀다.

◆증권산업 성장 키워드는 '자산관리'

증권사들이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삼성증권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삼성 Honors Club'이라는 PB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자산관리 영업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09년 'AM(자산관리)'과 'BK(브로커리지)'로 양분돼 있던 영업직원을 '종합자산관리직군'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브로커리지에서 압도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자랑하던 대우증권마저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브로커리지 부문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업계에선 해석하고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상위 7개 증권사의 순영업수익(영업이익)에서 브로커리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에는 75.6%에 달했지만 갈수록 줄어 작년엔 45.2%로 추락했다. 주식시장 활황 덕에 작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8조1000억원으로 2000년(4조3000억원)보다 훨씬 컸지만,브로커리지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40%대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10년 새 키움증권을 필두로 한 저가 온라인 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향후 증권산업의 핵심 성장축이 자산관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개인의 금융자산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이를 흡수할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랩어카운트가 주목받은 것도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증권산업이 자산관리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돼 나갈 것이란 예측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브로커리지

brokerage.주식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주는 주식매매 중개업.개인 고객 대상의 '소매영업(리테일)'과 기관 대상인 '도매영업(홀세일)'으로 나뉘지만,통상 소매영업을 지칭한다. 브로커리지로 받는 수수료는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지만 온라인 거래가 늘고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