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 이후 법률시장의 권력이 한국,홍콩,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가와무라 아키라 세계변호사협회(IBA) 회장(70 · 사진)은 4일 "금융위기 후 전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변하고 있는 상황이 아시아에는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IBA 국제중재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작년 10월 아시아인 최초로 전 세계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자리인 IBA 회장직에 올랐다.

가와무라 회장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아시아 법조인들에게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사건을 다룰 기회도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례로 현대중공업과 IPIC(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건은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가 선정한 올해의 사건 1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 사건에는 국내 로펌이 참여해 현대중공업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는 "법률서비스 시장은 이미 세계화됐고,금융위기를 계기로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여러 국가 법조인들이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 법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한국 법조인들이 역량을 과시할 기회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에서 이번에 처음 국제중재대회를 유치한 점도 한국 법조계의 역량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이 국제중재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IBA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11월 서울에 IBA 아시아본부가 설치되는 건 한국에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가와무라 회장은 일본 교토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일본변호사연합회 상임이사와 IBA의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1947년 설립된 IBA에는 세계 각국의 변호사협회 190여곳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이고운/사진=양윤모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