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카다피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리비아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들이 파견한 군병력도 속속 리비아 인근 지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랍연맹과 러시아 등이 반대하고 있고 나토(NATO · 북대서양조약기구)군도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단기간에 군사적 개입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일 제기됐던 '차베스 중재안'에 대해서도 미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는 물론 반군들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 리비아사태는 장기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바마,리비아에 모든 옵션 검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리비아사태에 대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을 미군에 지시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기력하게 있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와 협의해 리비아인들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게오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MSNBC에 출연,"게이츠 장관의 신중함이 군사 개입에 대한 반대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미국 정부의 입장이 군사 개입쪽으로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리비아 인근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해병 특수부대원 400명을 배치해 군사조치 가능성에 대비했다.

그러나 독일 러시아 아랍연맹 등은 군사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살타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알리 벤 하산 자파 모스크바 주재 사우디아라비아대사와 회동한 후 "리비아사태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군사적 개입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 역시 스페인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나토는 사태에 개입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차베스 중재 하루 만에 폐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아랍연맹이 리비아사태의 중재를 맡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때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이해당사자들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반정부세력 과도정부인 '리비아 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우리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며 "(피를 흘리게 한) 그 누구와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알 이슬람 카다피도 이날 "리비아 국민끼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외국의 중재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한편 카다피군과 반정부 시민군은 이날도 브레가 자위야 등 거점도시에서 교전을 계속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자위야에서 양측의 교전으로 50명이상이 숨졌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카다피군은 석유수출항인 브레가와 아다비야 등에서 이틀째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을 가했다. 카다피의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은 "브레가를 폭격한 것은 반군을 겁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 사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자지라 방송은 이번 폭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