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이 4일 김원 대표이사 사장(53)과 김량 사장(56)을 삼양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로써 삼양사는 기존 김윤 회장-김원 대표 체제에서 김윤-김원-김량으로 연결되는 3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식품부문,사업부문,관리부문으로 나눠져 있던 삼양사 조직도 식품-화학-의약-운영 그룹 등으로 재편해 계열사의 관련 사업들을 모두 지휘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그룹의 양대 축인 식품과 화학을 중심으로 사업별 책임경영을 가속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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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부회장은 김상하 그룹회장(85)의 장남이며,김량 부회장은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김윤 삼양사 대표이사 회장(58)의 친동생이다. 김 명예회장과 김상하 그룹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김연수 초대회장의 3남과 5남으로 선친에 이어 삼양그룹을 공동 경영했었다.

◆그룹 최고경영회의 신설

삼양사는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김원 부회장 등 대표이사 세 명이 참여하는 최고경영회의도 신설하기로 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 조직으로 앞으로 중 · 장기 사업방향 및 국내외 투자,인수 · 합병(M&A) 등의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맡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최고경영회의는 2015년까지 매년 10% 이상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미래 성장 플랫폼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M&A 등을 통한 신사업 추진 및 연구 · 개발(R&D) 투자 등을 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의 부회장단처럼 신성장 동력 발굴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최고경영회의를 보좌할 전략실도 신설했다.

이번 개편은 그룹 내부적으로 지난해 5월 김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방유통 사장 등을 지내다 2009년 이후 삼양사 식품부문 사장을 맡았던 김량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원 사장의 친동생인 김정 전 삼양제넥스 부사장(51)도 이날 인사에서 화학그룹 사장에 선임되며 삼양사 경영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이날 주총장에서 기자와 만난 김윤 회장은 "이번에 조직에 큰 변화를 줬다"며 "이제 젊은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 화학 책임경영 강화

큰 폭의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식품그룹,화학그룹,의약그룹,운영그룹으로 재편하고 문성환 삼양제넥스 사장이 식품그룹 사장을 겸직토록 했다. 그룹장은 비즈니스 그룹의 전략수립 및 실행,조직 · 인력운영,일정 규모의 투자 등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리다.

김량 부회장이 맡던 역할을 문 사장이 이어받고,김원 부회장이 담당하던 화학 부문을 친동생인 김정 사장이 맡는 형태를 취함에 따라 고 김상홍 명예회장 쪽은 식품,김상하 그룹회장 일가는 화학을 계속 맡게 됐다. 식품 및 화학 전문 기업인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국내 장수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과거엔 설탕 등 식품이 주력이었지만 점차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 화학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식품 부문 계열사로는 전분당제품 전문기업인 삼양제넥스,밀가루 생산업체인 삼양밀맥스,가공유지 제조사인 삼양웰푸드 등이 있으며,화학 부문엔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제조업체인 삼남석유화학,폴리카보네이트(PC) 전문기업 삼양화성 등이 계열사로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세븐스프링스,전자재료 전문업체인 삼양EMS도 계열사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통해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미래경영자 육성 등을 통해 그룹의 장기 비전을 달성하고,역동적 기업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