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공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종신보험 · 화재보험 등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는데도 이미 보험업계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농협 보험부문의 총 자산은 33조원,수입보험료는 9조7000억원에 달한다. 총 자산 기준으로 보면 생보업계에선 삼성생명(145조원) 대한생명(63조원) 교보생명(57조원)에 이어 4위다. 현재 4위인 ING생명(19조원)의 두 배 수준이며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화재(31조원)보다 많다.

농협보험은 NH생명과 NH화재로 나뉘어 보험업 전 분야로 진출하게 된다. 농협은 우선 생명보험 부문을 중심으로 보험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 보험부문의 공제료 수익 중 90% 이상이 생보 공제료 수익인 만큼 진출 초기에는 생보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져나간다는 복안이다.

농협은 이를 위해 최근 설계사 조직 강화에 나섰다. 현재 1000명 수준인 설계사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설계사 교육센터를 전국 곳곳에 세워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특히 농협보험의 기반이 취약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도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생보업계는 농협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 NH생명이 공식 출범하면 국내 생보업계는 '빅3'에서 '빅4'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이 생보업계 4위권인 업체와 비슷한 수준인 1만명의 설계사를 확보하려면 9000여명의 설계사가 필요하다. 단기간 내 설계사를 늘리기 위해선 결국 경쟁사의 우수 설계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농협은 향후 시장 여건을 봐가며 자동차보험 등 손해보험 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의 경우 일정한 보상조직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농협이 손보시장에 주력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농협의 기존 공제사업에서 생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농협이 비주력 분야였던 손보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 유인이 오히려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손보사 한두 곳을 상대로 인수 · 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농협의 카드사업부는 장기적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카드도 분사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분사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농협은 카드사업 분사 이전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경제사업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농협은 우선 오는 4월 초 하나로마트,하나로클럽 등 농협의 경제사업부문 유통사업장을 활용한 'NH채움하나로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오는 8일 20~3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티카드'를 내놓는 등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발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농협 카드사업은 가맹점 수가 2월 말 기준 85만2000개에 불과하다. 200만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한 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 카드 등에 뒤진다. 농협 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한 필수 조건인 지급결제망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자체 지급결제망이 없어 수수료를 내면서 비씨카드 지급결제망과 KB국민카드 지급결제망을 빌려 쓰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