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發 금융 빅뱅] '협동조합' 족쇄 벗은 NH은행…서울ㆍ수도권 집중 공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내년 3월 금융지주사 출범
보험ㆍ증권ㆍ카드와 시너지…해외시장 진출 기반 마련
농협만의 DNA 확립 '과제'
보험ㆍ증권ㆍ카드와 시너지…해외시장 진출 기반 마련
농협만의 DNA 확립 '과제'
내년 3월 NH금융지주라는 '금융 공룡'의 탄생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축산물 가공 · 유통 · 판매 등 경제사업의 부수 분야로 여겨졌던 농협 신용사업이 금융지주회사라는 날개를 달고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기업인수 · 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
그동안 농협 신용부문은 협동조합이라는 중앙회의 성격에 발목을 잡혀 왔다. 하나의 법인 내에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혼재돼 있다 보니 사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적극적인 성장전략을 취하지 못했다. 금융지주회사의 출범은 이 같은 신용사업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농협은 전국 단위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김익수 농협구조개편부 금융총괄팀장은 "현재 농협 은행의 점포 수는 1000여개로 다른 은행들에 비해 적지 않지만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서울 등 대도시 점포 수는 타 은행의 60~70% 수준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는 서울 및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대기업,우량 중소기업,고소득자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단위조합'과의 시너지도 차별화 포인트다.
농협 신용사업의 또 다른 강점은 농업 금융 노하우다. 농협은 현재 생산 중심으로 돼 있는 농업 금융을 향후 유통,가공,식품 등 종합유통산업으로 확대해 신개념 농업 금융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우선 과제는 약점으로 지적돼 온 전문성 강화다. 김 팀장은 "농협 직원들은 그동안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금융사업 내에서만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 직원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글로벌화 나설 듯
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은 농협의 글로벌화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해외 현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점 개설 등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보면 금융당국이 한국의 농협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조직이라며 법인 설립을 허가해 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농협의 글로벌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뉴욕 사무소를 개설했던 농협은 향후 런던,일본 등 금융중심지에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중국,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인 확대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김 팀장은 "특히 농업금융을 모토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며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 등 해외 농업 전문 금융회사를 철저히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 부문 M&A 적극 나선다"
그동안 농협은 금융권 M&A 시장에서 소외돼 왔다. 농협법 상 자기자본의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출자한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사업에 주력해야 하는데 돈벌이(금융업)에만 관심이 많다'는 세간의 비난도 농협이 적극적인 M&A를 시도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NH금융지주의 출범은 농협의 이 같은 제약을 없애줄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앞으로는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이 각자 성장하는 전략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M&A에 나설 수 있다"며 "향후 지주회사 체제가 안정되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M&A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카드,손해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서 금융공룡 농협이 M&A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