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7 안부러운 달리기 솜씨···역동적 주행 여전
4000만원대 초반 럭셔리카 "착한 가격 인상적"



간혹 시승을 마친 후 구매 유혹에 빠지는 차가 있다. 5일 제주 서귀포 일대에서 타 본 '인피니티 G25'가 그랬다. 기존 G37 세단과 별다른 차이는 없는데도 성능과 가격이 꽤 만족스러웠다.

인피니티 G25는 올 1월 국내 출시된 호기심 부추기는 신차다. 한국닛산이 인피니티의 엔트리급 차종으로 선보이는 새 얼굴이며, 지난해 8월 미국의 자동차 축제인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를 통해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차가 매력적인 이유는 배기량을 낮춰 가격 부담은 줄이고도 성능은 한 체급 높은 G37 못지 않기 때문이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주행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G37 세단과 비교해도 달리기 솜씨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인피니티 G시리즈는 엔진이 강점으로 꼽힌다. 14년 연속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에 선정된 VQ엔진의 빠른 응답성은 G25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인상을 전했다.

배기량 2500cc급 6기통 VQ25엔진은 최고 출력이 221마력이고 토크 최대는 4800rpm 영역대에서 25.8kg·m까지 낸다. 동력 성능은 G37 대비 60~70% 수준이지만 가속 시 힘이 딸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페달을 마음 놓고 밟으면 속도계 바늘은 순식간에 시속 160km를 가뿐히 올라섰다. 공차 중량이 G37보다 40kg 가벼워 주행 정숙도가 높아진 데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엔진음은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워졌다.

변속기는 수동 및 DS모드를 번갈아 쓸 수 있는 7단 트랜스미션을 올렸다. 이 때문에 넓어진 기어비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통해 연비 향상을 이끌었다. G37 스포츠 연비가 9.5km/ℓ인 반면 이 차는 ℓ당 11km를 달린다. 서귀포에서 테스트를 해 본 결과에 따르면 에코(친환경) 드라이빙 습관을 들여 운전한다면 한적한 시외 도로에선 ℓ당 14~15km도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스타일은 G37과 비교해 특히 내외관 디자인이 별반 차이가 없다. G시리즈의 DNA를 계승한 데다 차체 사이즈는 전장과 전폭, 전고와 휠베이스(축거)뿐만 아니라 트렁크 용량(430ℓ)과 연료탱크 용량(76ℓ)도 같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닛산은 G25를 출시하며 G시리즈의 고객 층을 더욱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이 회사 손창규 마케팅 전무는 "G25는 배기량 2.5 모델이지만 엔진은 V6급으로 파워트레인은 동급 경쟁차보다 우위에 있다"며 "합리적인 럭셔리카를 원하는 젊은 고객과 여성 운전자 등 좀더 고객 층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장치는 럭셔리카의 본질에 충실하다. 운전석 시트 자동조절 장치는 기존 위치를 그대로 잡아주는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IPS)을 갖춰 운전자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 7인치 컬러 모니터로 보이는 후방카메라는 핸들을 틀면 주행 방향을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 추가됐다. 10개 스피커가 내장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음질이 뛰어나 이 차의 감성 품질을 높였다.

인피니티 G25는 2월 수입차 시장에서 108대가 팔려 판매 톱10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차값 4390만원은 앞으로 판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G37 스포츠(5260만원)보다 약 900만원 싸고 신형 그랜저 풀옵션과 엇비슷하다. 4000만원대 모던한 럭셔리 세단을 한 대 사고 픈 운전자라면 G25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차다.

서귀포(제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